■ ‘태풍피해 예방법’ 속설 실험해보니
23일 충북 청주시의 LG하우시스 창호기술센터. 창호재·완성창사업솔루션팀의 김정현 과장은 ‘창호역학 실험설비’ 작동을 멈춘 뒤 인쇄돼 나온 종이를 보고 말했다.
이곳에선 창문에 신문지와 청테이프를 붙이면 강한 바람에 더 잘 견디는지 측정하는 실험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LG하우시스의 모든 창문 상품은 이곳 창호기술센터에서 내풍압성(바람에 견디는 정도), 단열성, 수밀성(물이 새지 않도록 막아주는 정도), 차음성(소음을 차단하는 정도) 등 다양한 테스트를 거친 뒤에야 출시된다.
23일 충북 청주시 LG하우시스 창호기술센터 창호성능시험소에서 창호재·완성창사업솔루션팀 김정현 과장(왼쪽)과 민병철 선임이 제품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LG하우시스 제공
지난해 여름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연이어 한반도를 덮쳤을 무렵 고층 아파트 주민들은 창문마다 신문지와 청테이프를 붙이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소방방재청이 ‘태풍 대비 국민행동 요령’을 통해 강풍으로 인한 창문 파손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소개했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성벽을 연상시키는 창호역학 실험설비로 약 2분간 가로, 세로 각 1.5m 크기의 이중창에 초속 80m의 강한 바람을 쏘았다. 볼라벤 당시 최대 풍속인 초속 약 50m보다 훨씬 강한 바람이다.
김 과장이 보여준 실험 결과에는 창문의 변형 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나타낸 수치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젖은 신문지가 붙은 창문의 변형량은 약 4.71mm였다. 변형량은 휘는 정도가 가장 심한 중앙 부분이 밖으로 밀려난 거리(13.02mm)에서 맨 위(9.18mm)와 맨 아래(7.44mm) 변형량의 평균(8.31mm)을 뺀 값이다. 수치가 클수록 변형이 많이 되고 깨질 확률이 높아진다. 아무것도 붙이지 않은 창문은 4.45mm로 수치가 더 작았다. 창문에 테이프를 X자로 붙였을 때도 아무것도 안 붙였을 때보다 수치가 더 컸다.
같은 팀의 민병철 선임은 “젖은 신문지나 테이프는 유리창이 파손됐을 때 파편이 넓게 튀는 것을 막아줄 순 있지만 파손 확률을 낮춰주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지난해 태풍으로 인한 유리창 파손의 원인은 대부분 유리를 창틀에 고정시키는 실리콘이 노화됐기 때문이었다. 이날 실험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입증됐다. 창문의 네 변에 청테이프를 붙인 뒤 강풍을 맞게 했더니 변형량이 4.39mm로 가장 낮게 나왔다. 이왕 테이프를 붙이는 수고를 하려면 ‘X’자로 붙이기보단 창틀과 유리가 만나는 지점을 공략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이유로 LG하우시스 창호기술센터는 창틀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실 창틀의 폭이 넓을수록 강풍에 잘 견디지만 무조건 늘릴 수만은 없다. 창문의 가장 주요한 기능인 ‘시야 확보’를 저해하기 때문이다.
유리창에서 유리를 잡고 있는 부분은 ‘멀리온’과 ‘트랜섬’으로 나뉜다. 멀리온은 세로 기둥, 트랜섬은 가로 기둥을 말한다. 해안가에 위치한 초고층 빌딩의 경우 가로 4m, 세로 2.3m 크기 발코니 창문에 폭이 10cm 정도인 멀리온이 들어간다. 내륙 지역에서 같은 크기 발코니창문에 넣는 멀리온의 폭은 약 9cm다. LG하우시스가 강조하는 태풍 특화 상품 ‘D233 해안용 발코니 이중창’도 창을 잡고 있는 부분의 폭을 늘려 바람에 견디는 힘을 강화했다.
창틀에 보강재를 추가해 바람을 견디는 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 LG하우시스 창호재상품기획팀의 최태환 대리는 “기본적으로 폴리염화비닐(PVC) 창틀에는 철근 보강재가 들어간다”며 “두꺼운 철근을 넣을수록, 또 ‘한 일자(一)’보다는 ‘ㄴ’자나 ‘ㄷ’자 모양의 철근을 넣었을 때 강도를 더 세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아예 창틀의 소재 자체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이 회사의 ‘하이브리드 AL-PVC 윈도’는 창틀 바깥쪽에 PVC 대신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내풍압성을 키운 제품이다.
청주=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