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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도시락 토크 CEO와 점심을]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

입력 | 2013-07-26 03:00:00

“삼성맨 되려면… 역사-문화 내공 쌓으세요”




《뜨거운 열정을 지닌 청년 취업준비생들이 한국 대표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자신의 꿈과 관련해 도전적으로 질문하고 진솔한 조언을 들을 기회.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마련한 ‘청년드림 도시락토크-CEO와 점심을’ 프로젝트입니다. 25일 열린 첫 번째 도시락토크에서 7명의 청년은 세계 초일류기업 삼성전자의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사진)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를 배웠습니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왼쪽 가운데)과 임직원들이 25일 경기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청년드림 도시락 토크-CEO와 점심을’ 행사에서 취업준비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수원=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오늘 점심 굶을 작정하고 왔어요. 전부 대답해줄 테니 궁금한 건 다 물어보세요.”

푸른색 재킷에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캐주얼 차림의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앞에는 7명의 청년이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취업 준비생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대화할 수 있도록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마련한 ‘청년드림 도시락 토크-CEO와 점심을’의 첫 회 참가자들이었다.

사전에 페이스북, 청년드림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 신청을 한 수백 명 가운데 최종 선발된 7명은 홍가영(25·여·세종대 신문방송) 송대현(25·경북대 경제통상) 하슬기(24·여·고려대 생명정보공학 졸업) 조규웅(25·단국대 전자공학) 장두영(24·한국기술교육대 메카트로닉스공학) 이민영(23·여·숙명여대 가족자원경영) 김형석 씨(24·우송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거나 갓 졸업한 청년들이다.

25일 점심시간에 경기 수원시 삼성디지털시티 VIP식당에서 열린 도시락토크에서 이들은 곧 긴장을 풀고 윤 사장에게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다양한 전공만큼이나 질문도 가지각색. 특히 삼성전자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체면 가리지 않고 묻고 싶은 ‘돌직구형’ 질문이 많았다.

○ “기술만으로는 제품 팔 수 없는 시대”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SSAT)가 꼭 필요한 시험입니까?” 하슬기 씨가 첫 질문을 던졌다. 엔지니어, 디자이너, 마케터 등 직종에 따라 필요한 역량이나 전공이 각각 다른데 획일적 직무적성검사를 꼭 치러야 하느냐는 물음이었다.

윤 사장은 “물론 전공 관련 능력도 중요하지만 시험을 치르는 사람의 인성이나 생각 등 내면의 세계를 다양한 측면에서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제 기술만으로는 제품을 팔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역사, 문화, 인문학 등 다양한 가치가 담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SSAT는 그런 다양한 인재를 뽑기 위해 필요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홍가영 씨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많은 대학생을 대표해서 묻는다. 어떻게 하면 삼성전자에 입사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윤 사장은 “SSAT 합격자는 성적순으로 위에서부터 끊고 과목별 과락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그 부분은 순전히 개인의 몫이라 도와줄 수 없지만 면접을 잘 보는 팁은 줄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면접에서 살아남는 비법’은 긍정적 사고와 열정.

윤 사장은 “면접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말하는 태도를 보면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는지, 열정은 있는 사람인지 면접관들의 눈에 들어온다”며 “SSAT 성적이 아무리 우수해도 사고 자체가 부정적이거나 열정이 부족해 보이면 탈락시킨다”고 귀띔했다.

○ “절대 핑계 대지 마라, 답은 분명히 있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 사장이기에 앞서 인생 선배로서 아낌없는 조언을 했다. 편도샘 수술 부작용으로 성악가의 꿈을 접고 올해 뒤늦게 경북대 경제통상학부에 편입한 송대현 씨. 그가 ‘실패를 극복하는 비법’을 묻자 윤 사장은 ‘울릉도 섬소년’ 출신으로 삼성전자 사장에 오르기까지 겪은 세 번의 시련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울릉수산고 2학년 때.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어 무작정 대구로 갔다. 윤 사장은 “독서실 칸막이 책상에서 두 달 동안 먹고 자면서 공부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밤엔 책상에 엎드려 자다 보니 나중에는 발이 부어 운동화 대신에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고 말했다. 그렇게 공부한 끝에 남들보다 2년 늦게 인문계고 2학년에 편입했고 5년 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두 번째 시련은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에 찾아왔다. 과장 시절 상사와 잦은 마찰 끝에 사표를 냈던 것. 인사담당 임원이 “삼성전자는 앞으로 세계시장을 제패할 것이니 조금만 참으라”고 만류해 겨우 버텼다. 윤 사장은 “그때만 해도 ‘설마 삼성전자가 세계 1위가 되겠어’라는 생각으로 반신반의했는데 그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회상했다.

세 번째는 2000년대 초반 TV사업부에서 일할 때다.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전자업체들의 기술력은 세계시장에서 한참 뒤처져 있었다. 그는 “브라운관이 TV 기술의 전부인 줄 알았던 때라 후발주자인 삼성이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불가능할 줄 알았다”며 “아무리 노력해도 안 돼 좌절할 때쯤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우리 같은 신생업체가 승부해볼 만한 신기술이 나오더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임원이 되는 게 꿈’이라는 조규웅 씨는 “삼성전자 임원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느냐”고 물었다. 윤 사장은 “‘무조건 된다’는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다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보이지 않는 세상이 훨씬 크기 때문에 불가능이란 없다”고 했다. 윤 사장은 “나의 부하 직원들은 웬만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내가 ‘무조건 되게 하라’고 말할 걸 알기 때문”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안 될 것 같은 일을 되게 하는 순간 남과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어떤 일이든 한 번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다고 핑계를 대지도 마세요. 아직 젊으니 돌아서서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여러분에게 그 말을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윤 사장이 7명의 점심식사 파트너에게 전한 마지막 메시지였다.

▼ 다음 초청자는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입니다 ▼

두 번째 청년드림 도시락토크의 초청자는 미래에셋생명의 최현만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사진)입니다. 최 부회장은 1989년 말단 ‘증권맨’으로 시작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도와 지금의 미래에셋그룹을 일궈낸 창업공신이자 이 시대 최고의 금융인 중 한 명입니다.

최 부회장과 청년드림센터는 지원자의 창의성과 도전정신 등을 고려해 점심 파트너 7명을 뽑아 8월 13일 서울 중구 수하동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으로 초대합니다. 최 부회장과 점심식사를 함께하고 싶은 청년 구직자는 7월 29일부터 8월 6일까지 청년드림센터 홈페이지(www.yd-donga.com)에 ‘이 CEO와 점심을 먹어야 하는 이유’ 및 간단한 자기소개 등을 올려주시면 됩니다. 도시락 토크 파트너들의 명단은 8월 9일 청년드림센터 홈페이지에 공개합니다.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은 청년 구직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수원=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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