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 행사비용 쥐어짜 주민들 불만… 이설주 위한 佛 미용기구 구입도 지시김정은 체제 상징물 ‘참전열사묘’ 준공
위독說 돌던 김경희 건재 과시 25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조국해방전쟁(6·25전쟁의 북한식 표현) 참전열사묘’ 준공식에 참석한 김경희 노동당 비서(화살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오른쪽에서 세 번째)의 고모인 김경희는 5월 12일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설이 돌았다. 이날 그는 주변의 부축 없이 걷고, 부대를 사열하는 등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25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첫 외신 인터뷰를 놓고 전승절 행사 지휘부와 외무성 간 알력이 벌어지고 있다. 행사 지휘부는 외신 인터뷰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목적을 내세운 반면 실제 외신을 접촉하는 외무성은 해외 취재진에게 “우리는 초청 주체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발뺌하며 아직까지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는 것. 그 과정에 인터뷰를 알선하고 수만 달러를 받은 재미교포 대북 브로커가 있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북한 당국이 대대적인 행사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 상사원들에게 ‘1인당 최소 1000달러(약 111만 원) 상납’을 지시한 것을 놓고 내부적인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 거주하는 상사원들에게 ‘1000달러 이상’이라고 최소금액만 규정해 외화 상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상사원은 개인 명의로 돈을 빌려서까지 수천 달러를 송금하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위한 독일제 천체망원경과 부인 이설주가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프랑스제 미용기구 등 이른바 ‘특수 물자’ 구입 및 발송 지시도 함께 하달됐다. 발렌타인 30년산을 비롯한 고급 양주도 무려 1000여 상자나 조달 품목 리스트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24일에는 북한으로부터 초청받은 외신기자 100명가량이 서우두 공항을 통해 평양으로 갔다. 방북 외국인은 2000∼3000명으로 추산된다. 정부 당국자는 “사상 최대 규모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중공군 수십 명과 미군 2명도 초청했다.
한편 북한은 25일 평양 연못동에서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 준공식을 개최했다. 평양에 국립묘지에 해당하는 혁명열사릉과 애국열사릉을 갖고 있는 북한이 새 군인 묘역을 조성한 것은 김정은 체제의 상징물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노광철 인민군 부총참모장이 중장(우리의 소장)에서 상장(우리의 중장)으로 진급한 사실도 처음 확인됐다. 북한이 정전일을 앞두고 군 승진인사를 단행해 군심(軍心) 챙기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정은 기자·베이징=고기정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