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결렬됐다. 북한은 어제 개성공단에서 열린 6차 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자 남측을 비난하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실무회담이 “결렬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북한 수석대표인 박철수는 관계자 20여 명을 데리고 남측 기자들이 있는 프레스센터에 난입해 “공업지구 운명이 파탄되면 다시 예전처럼 군부대를 복원시킬 수밖에 없다”고 소리치며 소동을 벌였다.
우리 측도 “개성공단의 존폐가 심각한 기로에 선 것으로 판단한다”며 “북한이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혀 북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북은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올 2월 3차 핵실험, 3월 정전협정 및 남북불가침협정 무효화 선언으로 남북관계를 최악의 국면으로 몰고 갔다. 개성공단 폐쇄도 대결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북한은 상도의(商道義)와 국제규범, 남북 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어기고 2004년 이후 발전해온 개성공단의 문을 닫았다.
북한이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에 응한 것은 국제사회의 압박을 모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도 보인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26개 참가국이 모두 평양의 변화를 촉구하자 다음 날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재개한 것이 그런 의도를 보여준다. 달러도 아쉬웠을 것이다.
개성공단을 폐쇄한 쪽도 북한이고, 합의 무시와 비인도적 처사로 공단의 안정성을 해친 쪽도 북한이다. 그런 북한이 협상 결렬의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기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려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북한의 확고한 재발방지 약속이 필요하다. 북한은 앞으로 통행 제한과 근로자 철수 등의 일방적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우리 측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비록 회담이 결렬됐다 하더라도 우리 측은 일단 냉각기간을 갖고 다시 한번 북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