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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9급 ‘공시’에 20만 명 몰리는 게 건강한 나라인가

입력 | 2013-07-26 03:00:00


서울 노량진이나 신설동 학원가 주변은 불황의 무풍(無風)지대다. 공무원과 공기업 취업을 위한 강좌에는 아침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뜻하는 ‘공시족(公試族)’이 몰리는 바람에 주변에 원룸을 구하는 일도 만만찮다. 2009년 공무원 시험에 연령제한이 폐지되면서 40, 50대 중장년층과 20대 젊은이가 함께 강의를 듣는 모습도 눈에 띈다.

내일 치르는 9급 공무원 공채에 20만4698명이 원서를 내 사상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채용 예정 인원은 작년보다 558명 늘어난 2738명이지만 응시자는 지난해보다 4만7539명 증가했다. 경쟁률도 작년의 72.1 대 1에서 74.8 대 1로 높아졌다. 요즘에는 하위직인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 중에도 대졸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9급 공무원 응시자 급증은 예년보다 선발 인원이 늘어난 데다 정부가 고졸 출신의 공직 진출을 늘리기 위해 고교 교과목인 사회 과학 수학을 선택과목에 추가하면서 시험이 쉬워졌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공무원 선호도가 지나치게 높고 민간부문에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든 구조적 요인이 크다. 국가의 부(富)를 창출하는 것은 대부분 민간부문이고,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부문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민간기업의 고용 안정성은 크게 떨어졌다. 반면 공무원은 특별한 잘못이 없으면 정년이 보장되고 공무원연금 등 복지혜택도 많다. 경쟁 스트레스도 민간부문보다 월등히 작다. 경제 활력 저하와 경영난으로 민간 대기업이나 금융회사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도 공시족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

젊은이들이 경쟁이 치열한 창업 전선에 뛰어들거나 민간기업에서 일하기보다는 안정된 ‘철밥통’만 추구하면 사회 전반적으로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합리적 선택일지 모르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 굳이 대학졸업장이 필요 없는 단순 행정업무직까지 대졸자로 채워지는 것은 인력자원 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문제다. 경제성장의 불씨를 다시 살려내 민간부문에서도 급여, 승진, 고용의 선(善)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각종 제도와 관행을 바꿔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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