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서 불 안붙이면 핵분열 안하고… 우라늄원전보다 폐기물 적게 발생플루토늄도 안생겨 핵확산 방지 효과
스위스 파울 셰러 연구소(PSI)에서 만든 고리형 양성자 가속기. 지금까지 만든 가속기 가운데 가장 높은 전류를 발생시키는 입자를 만들 수 있지만, 아직 토륨 원전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는 않다. PSI 제공
토륨 원전은 우라늄 대신 토륨이란 물질을 사용한다. 현재 쓰이고 있는 우라늄 원전보다 고준위 핵폐기물이 적게 나오고,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이 부산물로 나오지 않아 핵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토륨 원전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성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원전 가동이 중단됐음에도 원자로 내부에 남아 있던 약한 방사성 에너지가 노심을 녹이고, 냉각재인 물에서 나온 수소 가스가 폭발을 일으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된 사고다.
현재 각국은 토륨에 지속적으로 ‘불을 붙이는’ 기술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가 입자 가속기. 가속기로 에너지가 높은 입자를 만든 뒤 베릴륨 등 금속에 충돌시켜 중성자를 만들고, 이 중성자가 핵분열을 일으키는 토륨 원전의 성냥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성균관대 홍승우 물리학과 교수는 “아직 토륨 원전에 이용할 수 있는 입자 가속기를 개발한 나라는 없지만,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중국과학원과 중국원자력과학연구원 등에서 1000여 명이 가속기와 토륨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원전 개발국들은 소듐냉각고속로(SFR)로 대표되는 4세대 우라늄 원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SFR는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제로 소듐을 사용하는 원자로다. 외부에서 전력 공급이 끊기더라도 공기로 소듐을 식힐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차세대 원전으로 평가받는다.
미래형 원전의 1인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SFR와 토륨 원전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실제로 토륨 원전 연구는 한발 늦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서울대 황일순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우라늄과 토륨 원전에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납-비스무스 냉각 고속로’를 연구 중이며,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팀이 가속기와 중성자 발생 및 토륨 핵연료에 대한 기초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토륨 원전 연구의 전부다. 이 때문에 이들은 4세대 우라늄 원전 연구뿐만 아니라 토륨 원전 기술도 함께 연구해 원전 기술의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