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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김철중]北입맛대로… 언론의 자유 ‘고무줄 잣대’

입력 | 2013-07-27 03:00:00

[1953~2013 정전 60년]




김철중 정치부 기자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 우리한테 (먼저) 얘기를 해야지.”(남측 관계자)

“자유라면서? 왜 막아서느냐? 우리 자유다.”(북측 관계자)

25일 오후 5시 25분경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4층에 마련된 남측 프레스센터. 남한 기자들 앞에서 벌어진 남북의 실랑이다.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결렬되자 북측 대표단이 남한 기자들을 찾아와 기자회견을 강행했고, 남측 관계자들은 이를 가로막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북한이 돌출 행동의 근거로 내세운 단어가 ‘자유’다.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는 남한 대표단의 강경한 태도에 가로막힌 북측 대표단이 그 답답함과 억울함을 호소한 대상은 남한의 자유 언론이다.

북측 관계자의 강변을 다르게 표현하면 이런 것 아닐까 싶다.

“남한은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 자유를 우리(북한)도 좀 누려 보자. 우리의 자유를 막지 말라! 막지 말라!”

북한의 대남(對南) 기자회견은 남측 정부 당국자들뿐만 아니라 남한 기자들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개성공단 사태의 중심에 남한 언론의 자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개성공단 가동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대표적 이유 중 하나로 남한 언론의 보도를 문제 삼았다. 남한 신문이나 방송이 개성공단을 ‘달러박스’ ‘돈줄’ ‘밥줄’ 등으로 표현해 ‘북한의 최고 존엄’을 모욕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 책임을 남한 정부가 져야 하고, 앞으로 그런 보도가 안 나오도록 ‘재발 방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북한은 제4차 회담에서 제시한 합의안에서 ‘남측은 개성공업지구의 안정적 운영에 저해되는 일체의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명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말하는 정치적 언동에는 남한 언론의 보도도 당연히 포함된다. 자유로운 언론보도가 북한에는 언제든 개성공단을 문 닫는 이유가 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남한 대표단은 회담 때도 “만약 남한 보도가 사실과 다르면 북한이 직접 ‘그건 아니다’라고 말하면 되지 않느냐. 왜 그런 문제에 한국 정부를 끌어들이느냐”고 반박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남한 언론의 자유로운 보도를 문제 삼아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개성공단의 자유 왕래를 제한한 것이다. 북측 근로자 5만3000명을 일방 철수해 그들의 ‘근로의 자유’도 제한했다. 남측 입주회사들의 ‘기업 활동의 자유’도 가로막았다.

북측 근로자들이, 남측 입주기업들이 그런 북한 당국을 향해 이렇게 외치고 있을지 모르겠다.

“자유라면서? 왜 가로막느냐? 우리 자유다.”

김철중 정치부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