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다시 쓴다샘 파르니아, 조쉬 영 지음/박수철 옮김/340쪽·1만6000원/페퍼민트
책 제목은 죽음의 ‘정의’를 다시 쓸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심장박동이 정지되면 응당 사망으로 여겼다. 이제는 소생의학의 발달로 심장 정지 후에도 환자를 뇌손상 없이 살려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책은 그동안 주로 철학이나 종교적으로 논의되어 온 죽음을 과학적으로 검토하고 최신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저자는 “죽음은 종말이 아니며,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외부적 개입이 가능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심장박동이 멎은 뒤에도 신경세포와 뇌조직은 8시간까지, 피부 세포는 24시간까지, 뼈는 4일까지 생존할 수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따라서 세포 사멸을 늦출 수 있는 최신 냉각 요법과 소생술을 적절히 처방할 경우 환자는 뇌손상 없이 살아날 수 있다. 따라서 사망을 판정하는 기준이 더욱 엄밀해져야 하고, 장기 이식 시기 결정도 신중히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죽음이 불변의 사실로 굳어지는 때는 정확히 언제일까. 저자는 “현재로선 잘 모른다”고 답한다. 어떤 시점을 정하든 그것은 임의적일 뿐이며 과학이 발전하면 그 시점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