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재소자 인문학교실’ 열어… 인생의미 되새기며 재범방지 도와
26일 서울 구로구 천왕동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재소자를 위한 인문학 교실’이 열렸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변창구 교수가 푸른 수의를 입은 재소자들 앞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를 강의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6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 천왕동 서울남부교도소 내 한 강의실. 43명의 재소자가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변창구 교수의 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중에는 출소를 1년 앞둔 김 씨도 있었다. 이날 강연 주제는 영국의 유명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희곡 작품 ‘템페스트(Tempest·폭풍)’.
“동생 안토니오에게 공국(公國)을 빼앗긴 마법사 프로스페로는 12년 만에 복수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는 모든 걸 용서하죠.”
서울대는 이날부터 매주 금요일 같은 장소에서 10주 과정의 ‘재소자를 위한 인문학 교실’을 연다. 재소자에게 ‘인생의 의미’를 돌이켜 볼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재범에 빠지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다.
올해 쉰넷인 한 재소자는 지방의 대학교수였다. 환경공단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던 중 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죄로 이곳에 왔다. 이날 강의 도중 작품 배경인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나폴리’가 언급되자 그의 눈이 빛났다. “예전에 한 달 정도 머물렀던 나폴리의 풍경이 떠올랐다. 내년 10월 출소하면 꼭 다시 가 보고 싶다.”
변 교수는 강연 말미에 “여러분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일종의 유예기간 가운데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재소자는 조용히 메모지 구석에 영어로 ‘Life is journey(인생은 여행)’라고 적었다.
법무부 교정본부 사회복귀과 장종선 교정관은 “재소자들은 이번 강의를 듣고 많은 것을 느낀 표정이었다. 10주간의 수업이 끝났을 때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