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통 밥그릇 들춰야 설탕물 확인할텐데 아, 또 쏘여야 하나…
‘착한 꿀’(12일 방영) 편을 취재한 ‘먹거리 X파일’ 팀 구장현 PD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옆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커피 테이블에 5, 6월 일정이 빼곡히 적힌 A4용지부터 내밀었다. 제목은 ‘꿀 촬영 일정’. ‘꿀’이라니. 촬영 일정이 꿀만 먹으러 다니는 신선놀음처럼 달콤했단 말일까.
“‘꿀재미’는 없었다”며 그가 손사래를 쳤다. “원래 벌을 좋아했느냐고요? 그럴 리가요!” 늘 벌이 웽웽대는 벌통을 지근거리에 두고 취재를 해야 했다. “왠지 꿀을 취재하면 영상도 예쁠 것 같아서 착수했다”는 그는 “다른 아이템은 (취재에) 5주쯤 걸리는데 이건 8주나 걸렸다”고 했다. 꿀 따는 시기가 지역마다 달라서 헛걸음도 여러 번. 강원 횡성과 지리산, 대구, 제주를 대중없이 분주하게 오갔다.
벌침을 끝까지 피해 갈 순 없었다. 구 PD가 처음 벌침에 쏘인 것은 6월 지리산의 양봉 농가에서였다. 꽃이 없어서 벌들이 예민해져 있는 시기였다. 구 PD는 벌통을 근접 촬영하다가 불을 놓은 듯 턱밑이 화끈해지는 걸 느꼈다. “벌에 쏘이면 손으로 빨리 비벼야 한다는데 그럴 수 없었죠. 카메라를 손에서 놓을 수 없어서 쏘인 줄 알면서도 참고 촬영을 계속했어요. 화끈하고 얼얼한 기운이 5분 이상 계속됐죠. 아프더군요. 필요한 촬영을 마치고 봤더니 역시나 턱밑에 날카로운 원뿔 모양의 벌침이 그대로 박혀 있었죠.”
그래도 설렁탕이나 치킨처럼 한 가지만 물리도록 먹어서 생기는 ‘황제 다이어트’ 후유증은 꿀이 덜했을 것 같다. 꿀은 배도 덜 부르고 달콤하니까. “꿀도 계속 드셔 보세요. 작은 수저로 한번에 세 스푼 정도 먹어도 상상을 초월하게 달아요. 괴로워서 밥 생각이 뚝 떨어질 정도로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