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진경 “‘감시자들’ 덕분에 여성들 ‘워너비’로 떴어요”

입력 | 2013-07-29 07:00:00

배우 진경은 영화 ‘감시자들’로 첫 흥행을 이뤘다. 지난해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성공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진가를 발휘한 진경은 “나를 알아봐주는 때가 온 것 같다”며 웃었다. 사진제공|빌리지엔터테인먼트


■ 영화 ‘감시자들’ 총경 이영숙역 진경

연극활동 10년간 웃는 게 어색했던 그녀
드라마 ‘넝쿨당’으로 호평…영화 캐스팅
설경구 진두지휘하는 여자 총경역 강렬
‘안젤리나 졸리 닮았다’는 과분한 칭찬도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게 목표에요.”

이미 500만 명이나 본 영화의 주인공, 배우 진경(40)의 말이다.

영화 ‘감시자들’에서 숨막히는 추격전을 진두지휘하는 여성 총경의 캐릭터는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극중 밀폐된 통제실에서 총경 이영숙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상당하다. 그 긴박한 순간에 상대역 설경구와는 묘한 ‘애정 전선’까지 만든다. 배우 진경의 몫이었다.

지난해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에서 보여줬던 ‘바른 며느리’의 모습을 이 영화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그 때 그 사람 맞느냐’고 물어보면 희열을 느낀다. 그게 내가 연기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진경이 ‘감시자들’로 스크린에서 처음 흥행을 맛봤다. 지난해 ‘부러진 화살’이 성공을 거뒀지만 당시엔 비중이 적은 조연이었다. 이후 ‘미쓰GO’, ‘파파로티’ 등의 영화로 꾸준히 경험을 쌓은 진경은 1년 만에 스크린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감시자들’의 시사회가 열린 다음 날, 배우 윤여정이 진경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 감시자들에서 잘 했다며?”

“시사회를 보지 않으셨는데, 이재용 감독에게 전해 들었다면서 칭찬을 해주시더라. 감독님이 좋게 봤으면 (영화에)좀 써 주던지. 하하! ‘넝쿨당’이 있었지만 사실 영화감독들에게 나를 알릴 기회는 거의 없었다.”

진경은 “다 때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에서 다시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진학한 뒤 대학로 연극무대에 오른 시간이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당시엔 웃는 게 연기보다 힘들었다. 웃는 방법에 관한 책까지 사서 읽었지만 어색함은 지울 수 없었다.

“20∼30대 땐 세상이 어두운 완전한 반항아였다. 수지? 한효주? 그런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아주 페미니스트였고. 배우 강신일 선배는 나를 볼 때마다 웃으라 했고, (박)해일이는 ‘누나 눈에서 독이 나온다’고도 했으니까.(웃음)”

얼마 전 진경은 잡지 화보 촬영을 했다. “사진작가가 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라고, 더 째려보라고 하더라. 20∼30대엔 주위 사람들이 말리던 걸 이제는 하라고 하네? 사람들이 그걸 좋아한다고. 그때 알았지. 이제 내 개성이 빛을 내는 때구나. 하하!”

배우 진경. 사진제공|빌리지엔터테인먼트


진경은 요즘 ‘감시자들’을 본 여성 관객들로부터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이상적인 롤모델’이라는 평을 자주 듣는다.

“혹시나…, 두려운 건 있다. 앞으로 ‘감시자들’보다 더 예쁘게 나올 영화가 있을까.(웃음) 통제실 세트의 블루 조명이 나의 외모를 살렸다. 한번은, 촬영 감독님이 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안젤리나 졸리 닮았다는 말을 했을 정도이니까. 이건 실화다.”

진경이 ‘감시자들’에 출연한 건 뜻밖에 찾아온 행운이었다. 감독과 갖는 사전 미팅도 없이 단번에 캐스팅 됐다. 이 영화의 제작자가 이영숙 역에 처음부터 진경을 점찍어 두고 화끈하게 밀어붙인 덕분이다.

“매니저가 그러더라고. ‘진경 씨가 오케이 하면 하는 거래요’. 아니 나를 왜? 지금껏 중 가장 큰 역할이다. 나는 여전히 기회가 절실한 배우다. 이영숙처럼 과감한 캐릭터를 만난 건 행운이지. 설경구란 이름 옆에 내가 나왔으니까. 너무 신이 나서 발을 동동 굴렸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진경의 도전은 계속된다. 8월에 시작하는 KBS 2TV 월화드라마 ‘굿 닥터’에서는 수간호사 역을 맡았다. 9월부터는 ‘추노’의 곽정환 PD가 연출하는 tvN 드라마 ‘빠스껫 볼’로도 시청자를 찾는다.

“웃기는 줄로만 알았던 진경이란 여자가 ‘감시자들’에선 다르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 다행이다. 앞으로도 비슷하지 않게 가야지.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웃음)”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