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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스님 “40년만에 재입대하는 느낌… 허허”

입력 | 2013-07-29 03:00:00

■ 정우 스님, 조계종 군종교구장 취임
군복무시절 장태완 사단장과 인연… 사병 신분으로 포교당 창건 기록도




25일 대한불교조계종 군종교구장으로 취임한 정우 스님은 “군과의 깊은 인연으로 40년 만에 다시 ‘입대’한 것 같다”고 했다. “‘일체만물 무비통(一切萬物 無非通)’, 모든 만물이 통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구절은 스님이 평생 마음에 담고 실천해 온 말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몇 년 전 예순 가까운 나이에 군대 가는 꿈을 꿔 속으로 별일도 다 있다 싶었죠. 그런데 이번에 군종 교구를 맡고 보니 그게 헛꿈은 아니었나 봅니다. 허허.”

25일 전국 군부대에 있는 400여 개의 포교당을 책임지는 대한불교조계종 군종교구장으로 취임한 정우 스님(본명 이정근·61). 취임 하루 전인 24일 서울 용산동 국방부 원광사에서 만난 스님은 “사병으로 꼬박 34개월 13일 근무했다”고 했다. 4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뒤에도 복무 일수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을 보면 ‘다시 군대 가라’는 말이 두렵기는 승속(僧俗)이 다를 바 없나 보다.

“40년 만에 재입대한 느낌이에요. 포교 일선에 선 군 법사스님들을 위한 울타리와 그늘이 되겠습니다. 군 포교당과 지역 사찰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노력도 하고요.”

군 복무 이전 출가한 스님은 1973년 26사단에 사병으로 입대했다. 어느 날 중대장이 개신교 모임에 참석하는 이정근 이등병을 불러 세웠다.

“신상기록을 보니 스님인데 왜 개신교 모임에 참석하나?”

“불교 모임이 따로 없고,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종교의 근본 이치는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 참석하고 있습니다.”

이 이등병은 중대장 배려로 불교 교리를 지도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사단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부대 내에 황룡사와 호국 일월사가 들어섰다. 군승(軍僧)도 아닌 ‘사병 스님’의 노력으로 군 포교당이 창건된 것은 조계종에서 전설로 통한다. 그때 사단장이 수경사령관으로 1980년 신군부의 12·12쿠데타에 저항한 장태완이다. 두 사람은 사병과 사단장으로 만나 형제 또는 부자 같은 인연을 이어왔다. “12·12쿠데타 뒤 그분이 어려울 때 서울 중부시장에서 영광굴비를 사들고 위로 방문을 했습니다. 나중에 정치도 했지만 장군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정의로운 분이었죠. 3년 전 작고했을 때 사십구재를 제가 진행했죠.”

총무원 총무부장과 3보(三寶) 사찰인 통도사 주지를 지냈고, 도심 포교의 선구 역할을 한 스님의 위상을 감안할 때 군종교구장을 맡은 것은 의외다. 더구나 종단의 정당 격인 ‘종책’ 모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비주류이기에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여러 생각 없었어요. 총무원에서 찾아와 여러 후보 중 저를 적임자로 생각한다고 해서 흔쾌히 교구장을 맡았습니다.”

내친김에 10월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스님의 암묵적인 지지를 얻기 위한 종단 주류의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전 종단에만 속해 누구에게 줄 것도 받을 것도 없습니다. 출가자는 어디에 살든 종단 종지를 따라야 하고, 공동체 일원으로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군인 복무지침 같은 저의 ‘스님 복무지침’에 따른 것이죠. 하하.”

스님은 총무원장 후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여러 스님들이 중지를 모아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며 “사회적 기준이 높아졌다. 이제는 시비에 휩싸이지 않고 종단 스님은 물론 국민들까지 존경할 수 있는 ‘진짜 어른’을 모실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서울 양재동 구룡사의 스님 거처인 구룡산방 효자손 얘기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구룡산방에 등 긁는 효자손이 있어요. 며칠 전 뉴욕에 출장 갔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그게 없어요. 있을 때는 몰랐는데 정말 아쉽더군요. 모름지기 세상살이는 서로 서로의 효자손이 되도록 사는 게 최고입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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