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 저자 김병완씨
도서관 서가에서 환하게 웃는 김병완 작가. 아템포 제공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아템포)의 저자 김병완 씨(43)는 허생과 달랐다. “가장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남자가 아니다”라는 아내의 엄포에도 1000일 동안 도서관의 딱딱한 의자에 앉아 1만 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고 했다. 그리고 1년 반 동안 33권의 책을 썼다. 그는 스스로를 ‘도서관이 만든 인간’이라고 불렀다.
부산에 사는 김 씨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역시나 도서관에 있었다. 김 씨는 강연이 있는 날을 빼곤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15시간을 도서관에서 앉아 지낸다. ‘나는 도서관…’에는 2008년 마지막 날 11년간 다니던 삼성전자 연구직 과장 자리를 박차고 나온 뒤 도서관에 틀어박혀 미친 듯이 책을 읽고 글을 쓴 4년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그는 땅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을 보고 회사를 관뒀다고 했다. 믿기 어려웠다.
2009년 1월 중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부산으로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내려갔다. 모아둔 돈으로 전셋집을 얻었지만 곧 월세로, 나중엔 월세도 못 낼 정도로 살림이 쪼그라들었다. 월세 낼 돈도 떨어진 날 아내는 회사 면접을 보라고 남편 등을 떠밀었다. 김 씨는 “면접을 보고 합격했지만 다음 날 다시 도서관으로 갔다. 결국 아내가 대신 밥벌이에 나섰다”며 “자존심이 무너진 일도 여러 번 있었지만 책을 30분만 읽으면 근심걱정이 사라졌다”고 했다.
하루 온종일 책에 몰두하니 몸도 축났다. 밤에 운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눈이 어두워졌고 치질과 손가락 통증으로 고생했다. “그래도 안 할 수가 없다. 벗어날 수 없다. 책 읽고 글 쓰는 일에 미쳤다.”
처음 6개월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도서관에서 처음 읽은 책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6개월이 지나자 책을 읽는 법에 눈떴다. ‘하찮은 책’에서도 보석을 캐냈다. 2011년 가을부터 전율을 느끼며 책을 썼다. ‘48분 기적의 독서법’ ‘박근혜의 인생’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여기저기 특강도 다닌다. 한 가지 주제나 대상을 정해 관련된 책을 다 찾아 읽으면 그것을 꿰뚫는 통찰력이 생긴다고 했다. 김 씨는 “1만 권의 책을 읽으면 글을 쓰는 일도 신의 경지에 오른다는 글귀 ‘독서파만권 하필여유신(讀書破萬卷 下筆如有神)’을 가슴에 품고 산다”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으니 살림은 나아졌을까.
“선비는 편하게 살려고 하면 안 된다. 돈 때문에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런 것에 집중하면 큰 걸 못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