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 박사, 神-人 융합 구조 지적
한국의 전통 탈은 코끝을 기준으로 상부와 하부가 서로 다른 감정을 표현한 경우가 많다. 이는 해부학적으로는 짓기 불가능한 표정이다. 인간 형상과 유사한 탈과 상상 속 탈이 확연히 구분되는 중국이나 일본 탈과 다른 점이다. 사진은 봉산탈춤에 쓰이는 말뚝이 탈(왼쪽)과 일본의 전통악극 ‘노(能)’에 쓰이는 시카미(도깨비 탈). 이현경 박사 제공
이현경 홍익대 미술학 박사(36)가 최근 국립민속박물관 학술지 ‘민속학 연구’에 게재한 논문 ‘탈의 얼굴에 나타난 비(非)해부학적 구조 고찰’에 따르면 이는 신령한 무(巫)와 세속적 속(俗)이 융합된 한국 탈의 독특한 결과물이다. 한마디로 신과 인간의 영역이 중첩되다 보니,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얼굴이 나온 것이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 탈에도 토속신앙이 짙게 배어 있다. 하지만 중국희곡학회가 정리한 탈을 보면 인간 형상과 유사한 것과 아예 상상 속에 존재하는 탈은 확연히 구분된다. 괴물이나 신령 탈조차도 얼굴 근육 표현은 해부학에 부합한다. 7세기부터 계승된 일본의 전통악극 노(能)의 가면도 주로 원혼(원魂)을 표현했지만 표정은 인간적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송파산대놀이에 쓰이는 왜장녀(덩치 크고 부끄럼 없는 여성) 탈과 옴중(옴이 오른 파계승) 탈, 양주별산대놀이에 쓰이는 애사당(왜장녀 딸) 탈과 통영오광대놀이에 쓰이는 홍백양반(얼굴 좌우가 붉은색과 흰색인 양반) 탈. 이현경 박사 제공
양반탈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양주별산대의 ‘샌님’은 눈코입이 온통 삐뚤어졌고, 통영오광대의 ‘손님양반’은 표범 무늬처럼 점으로 뒤덮였다. 통영오광대 ‘홍백양반’은 아예 피부가 반으로 갈라져 희고 빨갛다. 이 박사는 “홍백양반은 양반의 이중성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사례”라며 “이런 자유분방한 표현력은 들끓는 에너지가 가득한 디오니소스적 집단의식이 해부학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