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일 콜린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영국이 윈저가의 새 가족 탄생을 기다리는 동안 뉴욕에서는 앤서니 위너의 섹스팅 스캔들로 시끄러웠다.
낙마한 민주당 하원의원 출신으로 뉴욕시장 후보로 돌아온 위너는 오히려 기자들을 비난했다. 그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이번 스캔들은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가 의원직을 사임하고 재활훈련을 하는 중에도 섹스팅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정치 스캔들이 농담 수준을 넘어 슬프고 우울해질 때가 있다. 위너 스캔들이 바로 그 예다. 그는 자신의 스캔들 때문에 나타날 대중의 공분이나 비극적인 아내를 예상하면서도 시장 직에 도전했다. 아마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하는 삶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권은 없지만 로열패밀리가 있는 영국 같은 곳에서는 명성에 굶주린 이들이 큰 난리를 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영국 왕실은 장점이 있다.
영국 왕실은 매혹적이면서 권태롭다는 측면도 있다. 세손빈 캐서린의 풍성한 머리와 왕세손 윌리엄의 탈모, ‘나쁜 남자’ 해리 왕손과 87세의 할머니 여왕. 이런 왕가 구성원들의 모든 삶의 이정표가 끝없는 관찰과 수다의 대상이다. 세손빈의 출산 소식을 전하기 위해 3주 전부터 병원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취재 열기도 흥미로움을 더했다.
미국에서 영국 로열패밀리와 가장 유사한 것은 대통령과 그 가족인데 대통령은 거의 다 중장년층의 남성들로 대부분은 이정표가 될 만한 가족사가 없다. 설령 있어도 국민의 반응은 놀랄 만큼 미지근했다.
존 타일러와 우드로 윌슨 대통령도 재임 기간에 결혼했지만 백악관에서의 결혼식은 아니었다. 당시 국민은 윌슨 대통령이 사별한 첫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는 기간이 좀 더 길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 인기 있는 미국 ABC방송의 드라마 ‘스캔들’에서는 대통령 부부가 낳은 ‘아메리칸 베이비’ 출산 소식에 국민이 기뻐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드라마 속 인물들 모두가 행복하게 살지는 못한다.
대중을 위해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뉴스의 주인공, 가십 수준의 나쁜 행동만 하는 별도의 그룹이 존재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모두에게 윈-윈이다. 비용이 다소 문제지만 영국 로열패밀리 유지 비용은 과거 면화 농가에 대한 보조금 지급액보다 적은 금액 아닌가.
게일 콜린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