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재상 K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
구재상 K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는 미래에셋금융그룹 창업의 공신으로 최근 별도 투자자문사를 차렸다. 그는 “증시가 침체를 겪고 있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있다”며 “오래 쌓은 노하우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좋은 회사로 키워내겠다”고 다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그랬던 그가 지난달 돌아왔다. ‘구재상 K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라는 명함을 갖고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클라비스 사무실에서 25일 구 대표를 만났다.
○ 혼자만의 시작
K클라비스의 상품은 미래에셋증권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에서도 팔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모르겠다”고 말했다.
새 회사에 대해 물어보자 구 대표는 활기를 되찾으며 쉼 없이 말을 이어갔다.
“라틴어로 ‘클라비스’는 ‘열쇠’라는 뜻이에요. 투자의 새로운 문을 열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출발은 순조롭다. 증권업계가 혹독한 침체를 겪고 있지만 한화투자증권을 통해 8일부터 닷새간 판매한 랩(고객 자산을 경기에 따라 다양하게 운용하는 맞춤형 상품)이 당초 예상치(500억 원)를 훌쩍 뛰어넘은 601억 원어치나 팔려 ‘구재상 브랜드’의 파워를 보여줬다. 22일부터 한국투자증권에서 5일간 판 랩 상품에도 500억 원이 들어왔고 삼성증권에서 판매하고 있는 랩에도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운용은 물론이고 마케팅, 홍보 등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합니다. 너무 바빠 외롭다거나 두려움을 느낄 틈이 없습니다, 하하.”
유도, 태권도, 검도처럼 격렬한 운동을 좋아해 인대나 근육이 찢어진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피트니스센터를 다니며 ‘안 다치는’ 운동을 한다.
○ “K클라비스, 자산운용사로 키울 것”
미래에셋을 떠난 후 구 대표는 5개월 동안 ‘모든 걸 내려놓고’ 쉬었다. 한 달간 유럽, 중국을 혼자 여행했고 시, 클래식 음악, 미술도 배웠다.
그는 내년에 코스피는 올해보다 약간 낫겠지만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덱스펀드보다는 ‘똘똘하게 운용하는’ 상품을 고르는 게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구 대표가 요즘 관심을 갖고 보는 업종은 조선 정유 화학 철강 기계다. 중국 경기 위축으로 이른바 ‘곡소리’가 나는 업종들이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선진국의 경기가 살아나면 결국 이 종목들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은 올해 말과 내년 초 한국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투자와 소비가 회복되면 관련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의 매력이 부각될 테니까요.”
앞으로 헤지펀드도 운용하고 해외 투자도 할 예정이다. K클라비스를 성장시킨 후 자산운용사로 전환해 공모형 펀드를 운용할 계획이다. 그는 “펀드매니저는 투자 결과가 안 좋으면 아무리 노력했어도 ‘나쁜 사람’이 된다”며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구 대표가 지은 ‘골프공’이라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난 영원히 날아다니고 싶다/(중략)/머무름은 나에겐 죽음이다.’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그의 모습이 겹쳐졌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