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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우리가 꼬마였을 때

입력 | 2013-07-30 03:00:00


노먼 록웰, 눈에 멍이 든 소녀, 1953년

그림의 배경은 초등학교 교장실 밖의 복도.

눈에 멍이 들고 무릎에 반창고를 붙인 여자아이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의자에 앉아 있다. 그림 오른쪽의 열린 문 사이로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젊은 여성은 담임교사이고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는 교장이다.

소녀는 학교에서 소문난 말썽꾸러기다. 오늘도 학생들과 한바탕 소동을 벌인 모양이다. 그러나 교장실로 불려온 소녀는 반성은커녕 즐거운 기색이 역력하다. 어른들에게는 말썽으로 보이는 행동들도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놀이가 되기 때문이다.

천진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 그림은 미국의 대표적인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노먼 록웰의 대표작이다. 록웰은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 하나다. 그는 평범하고 선량한 미국인들의 일상을 정겹고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이 그림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록웰은 멍든 소녀의 눈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멍든 눈을 찾는다는 신문기사를 내보냈다. 전국 각지에서 너무나 다양한 멍든 눈을 가진 사람들이 제보를 해서 록웰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J 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난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 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호밀밭의 파수꾼이 왜 필요할까? 아이들은 우리가 지켜주어야 하는 순수함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