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3> 졸음운전 시뮬레이터 체험해보니
출발한 지 3분쯤 지났을까. 별 탈 없이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순간 옆에 있던 연구원의 목소리가 귀청을 찔렀다. “어, 어, 차로 이탈하셨어요.”
아찔한 이 순간은 다행히 실제 도로에서의 상황은 아니었다. 기자가 잡은 운전대는 자동차 주행실험에 이용되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였다. 만약 실제 고속도로에서 차로를 이탈했다면….
○ 잠깐 스트레칭으로 ‘졸음수치’ 대폭 감소
18일 오후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에 앉았다. 승용차인 엑센트의 운전석을 그대로 가져온 운전석 앞에 3대의 모니터가 도로 정면과 좌우를 각각 보여주고 있었다. 실험은 19일 새벽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정상 컨디션인 첫날 오후 7시에 한 번, 잠을 자지 않아 졸린 상태인 둘째 날 오전 4시에 한 번, 그리고 10여 분간 스트레칭과 대화로 졸음을 쫓은 뒤 오전 4시 반에 한 번 진행했다. 실험에 사용된 가상의 고속도로는 총 거리 18.5km. 터널이 6개, 곡선구간이 6개였지만 거의 평탄한 직선 도로였다. 다른 운행 차량도 모두 프로그램에서 지운 한적한 도로였다.
세 차례 뇌파를 측정해 졸음 정도를 알아봤다. 졸음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절댓값이 아닌 비교 수치로 졸린 상태에 들어갔는지 판단한다. ‘졸음수치(졸음뇌파파워)’가 평상시보다 5 이상 증가하면 졸고 있다고 보는데, 한창 졸릴 때인 둘째 날 오전 4시에는 이 졸음수치가 평균 24.2로 정상 컨디션인 전날 오후 7시(평균 17.2)보다 7이나 높았다. 졸린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10여 분 동안 스트레칭과 대화를 나눈 뒤 4시 반에 다시 재자 졸음수치가 19.1로 떨어졌다. 잠깐의 스트레칭과 대화가 졸음을 쫓는 데 효과를 보인 것이다.
○ ‘졸음운전’했더니 속도 높아지고, 갈之자 주행
졸릴 때는 차량이 차로의 중심을 유지하지도 못했다. 정상 컨디션인 오후 7시 주행에서는 차로의 중심에서 좌우로 각각 평균 28cm 정도씩 오가며 운전했으나 둘째 날 오전 4시에는 그 폭이 37cm로 커졌다. 졸음을 쫓은 뒤 진행된 오전 4시 반 주행에서는 이 폭이 다시 26cm로 줄어들었다.
실험을 진행한 임준범 연구원은 “졸릴 때는 집중력이 저하되고 ‘빨리 운전을 끝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져 속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고, 차로 중앙에서 이탈하는 폭도 넓어져 안전 운전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졸음운전은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김인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시속 100km 넘게 달리던 차량도 충돌 시에는 보통 시속 40∼60km로 감속해 부딪힌다. 하지만 졸음운전은 달리던 속도 그대로 충돌하기 때문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운전자 스스로 무리한 운행을 자제하는 게 중요하다. 박권제 한국도로공사 교통본부장은 “여름철 장거리운행에는 쉽게 졸음이 찾아온다. 이럴 때 휴게소나 졸음쉼터 안내판을 만나면 ‘조금만 더 가서 다음 번에 쉬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바로바로 휴식을 취하는 운전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