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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에서도 ‘부비부비’… 연인들, 도 넘은 스킨십

입력 | 2013-07-30 03:00:00


주부 장미선 씨(45)는 지난 토요일 낮에 초등학생 자녀 둘을 데리고 가족 단위로 찾는 이가 많은 잠원 한강공원에 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장 씨는 돗자리에 앉은 채 서로의 허리와 엉덩이를 더듬고 있는 젊은 남녀 때문에 이내 자리를 떠야 했다. 장 씨는 “애들 볼까 무서워 마음 편하게 놀러 갈 곳이 없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6일 오후 2시경 인파로 붐비는 서울 강남역의 버스정류장. 연인 관계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서 있었다. 남성이 여성의 목을 팔로 감은 채 뒤에서 끌어안더니 자신의 국부를 여성의 둔부에 밀착시키고 엉덩이를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머”하며 놀라는 행인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은 애정행각에 여념이 없었다. 이 상황을 목격한 직장인 홍모 씨(29)는 “나도 젊어서 어느 선까지는 이해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라며 혀를 찼다.

지하철에서도 단순한 애정표현을 넘어선 장면이 종종 연출된다.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지하철에서 과도한 애정표현, 진한 키스를 하고 있다는 콜센터 민원이 적지 않다”며 “열차 내 방송으로 자제를 권고하고 정거장 역무원들이 출동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29일에는 대학 구내 건물에서 버젓이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까지 유포돼 논란이 됐다. 모 대학 건물 내 라운지의 소파 위에서 한 남녀 커플이 하의를 벗은 채 성행위를 하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진 것. 이와 관련해 해당 대학 측은 “우리 학교 건물이 맞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학교 건물 내부와 관련 인물을 합성한 조작 사진일 수 있다”며 “사진 속의 공간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라 본교 학생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해명했다.

공공장소에서 연인들이 애정표현을 하는 일이 이제는 낯설지 않지만 일부 커플은 그 정도가 지나쳐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일부 연인은 공공장소에서의 행동인데도 ‘사생활의 영역’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주변에서 말리기도 쉽지 않다.

서울지하철 이수역 근처의 한 카페는 커플들의 과도한 애정행각으로 인한 손님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지나친 애정표현은 다른 손님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으니 삼가시기 바랍니다’라는 경고문까지 붙였다. 이를 두고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연인들은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표현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장소와 관계없이 연인들의 애정표현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송모 변호사(30)는 “외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애정행위를 해도 주변에서 신경을 쓰지 않는데 한국은 여전히 너무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프렌치키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의식이 한국보다 개방적인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에서도 공공장소에서의 농밀한 애정행각은 흔한 일이 아니다. 프랑스에서 42년간 거주한 이진명 리옹 제3대학 명예교수는 “프랑스인들은 공공장소에서 인사를 대신해 가벼운 포옹이나 키스 정도를 하는 수준이지 여성과 남성이 서로의 특정 신체 부위를 더듬는 등의 보기 민망한 행위는 거의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연인 간에 다정함과 친밀감을 표시하는 수준의 애정표시는 우리 사회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과도한 신체접촉이나 애무행위는 관계 당국이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재할 마땅한 법규가 없다. 박성민 경상대 법학과 교수는 “형법상 공연음란죄는 공공장소에서의 성기 노출이나 성행위 등이 단속 대상이기 때문에 과도한 애정표현만으로는 처벌하지 못한다”며 “경범죄처벌법에도 관련 조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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