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종교인 과세 재추진
최근 세수 부족으로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 상황에서 종교인 과세는 재정의 기반을 넓히는 시발점 역할을 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종교인 사례금도 소득으로 간주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내놓은 ‘종교인에 대한 과세 논의와 의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종교인이 연방세 주(州)세 의료보험세 등을 낸다. 일본과 캐나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종교인에 대해 일반인과 같은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상반기 세수(稅收)에 펑크가 난 상황인 만큼 면세 대상을 줄여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과)는 “소득이 생기면 세금을 내는 것이 모든 국민의 의무”라며 “종교인들이 교단에서 받는 ‘사례금’도 소득인 만큼 세금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일부 종교인들은 자진신고 방식으로 납세
천주교 교단은 1994년부터 전체 16개 교구 가운데 12개 교구에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다. 일부 교회와 사찰도 자진신고 방식으로 소득세를 내고 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몇몇 종교인도 원천징수 방식으로 소득세를 납부한다. 국세청은 이런 일부 종교인의 납세로 거둬들이는 세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납세자 수가 많지 않고 과세표준(세금 부과기준금액) 자체가 높지 않아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종교인 과세방안이 확정되면 종교인 중 납세 의무자가 크게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규모 개척교회 등에서 월 100만∼200만 원을 사례금이나 목회비 명목으로 받는 종교인들은 납세의무가 생겨도 기본 소득공제 등으로 수입의 대부분을 공제받아 실제 내는 세금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달라진 종교계 “과세원칙에 찬성”
종교계는 올 들어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 “과세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종교인 과세 논란이 불거진 이후 “종교 단체가 세금을 회피한다”는 비판적 여론이 일었던 만큼 올해는 논란을 정리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국내 불교 최대 종파인 조계종은 올해 초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신년사를 통해 “적정한 과세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과세를 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정부 입장에 동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기독교도 대체로 과세에 찬성하는 쪽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강석훈 목사는 “지금 납세를 반대할 수 있는 교단은 거의 없다”며 “종교인이 내는 세금을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에 사용하는 방법을 정부와 협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기독교단 중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도 9월 총회를 통해 세금 납부대열에 동참한다는 원칙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실제 종교인 과세방침을 관철하려면 관련 종교인들과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본다. 교단에서 대원칙에 찬성해도 개별 교인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박재명·홍수용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