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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한지붕 두 여행사’로 판매수수료 5억 챙겨

입력 | 2013-07-31 03:00:00

40대 지점장, 직원-본사 5년간 속여… 법원 “수익금 전액 본사에 돌려줘라”




‘수수료를 남한테 주기도 아까운데….’

2004년 국내 대형 여행사의 전주 지점장으로 일하던 정모 씨(42)는 본사 몰래 자신의 여행사를 따로 차리기로 했다. 소규모 여행사가 본사의 여행 상품을 대신 팔아주면 본사에서 각종 지원금과 매출 수수료를 떼어 줬는데 이 돈이 탐났던 것. 정 씨는 아내 명의로 인터넷 여행사 두 곳을 차렸고 이 회사를 통해 본사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수수료 수입은 생각대로 쏠쏠했다.

정 씨는 3년 뒤 아예 본사 전주 지점 사무실에 자신의 여행사 사무실까지 차렸다. ‘한 지붕 두 여행사’에 직원들은 의아해했지만 ‘본사와 얘기가 다 됐다’는 지점장의 말을 믿었다. 본사 직원들은 까맣게 모른 채 정 씨 개인 여행사로 걸려오는 여행상품 상담전화에도 응대하고 각종 서류 업무까지 도와줬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정 씨는 5년간 20억 원어치의 여행상품을 팔아 매출 수수료로 5억4000만 원을 본사로부터 챙겼다. 이 사실이 본사 내부감사에서 들통 나 정 씨는 퇴사했지만 본사는 부당하게 벌어들인 돈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배호근)는 ‘정 씨가 20억 원어치의 상품을 팔아 본사에 이익을 줬더라도 따로 수수료로 챙긴 것은 부적절했다’며 이를 본사 측에 돌려주라고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