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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진격… 30대 여성이 이끌고 40·50대 가세

입력 | 2013-07-31 03:00:00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구매자 분석




그야말로 ‘소설의 진격’이다. 7월 셋째 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오른 책 중 6권이 소설인 데다 1∼5위를 모두 소설이 차지했다. 1년 전 10위 안에 든 소설이 단 1권(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뿐이었음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무라카미 하루키, 댄 브라운, 정유정, 조정래 같은 유명 작가의 신작 출간이 이번 여름에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소설은 누가 사고 누가 읽는 걸까.

소설 붐을 주도하는 독자층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7월 셋째 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상위 10위 도서 구입자의 성별, 연령별 구매비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 소설 약진의 배경에는 소설의 전통적 독자층인 30대 여성과 40, 50대 중장년층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베스트셀러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흐름은 역시 30대 여성 독자의 귀환이다.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든 소설 6권 중 5권이 30대 여성 독자의 구매율이 가장 높았다. 소설가 조정래의 신작 ‘정글만리’만이 40대 남성의 구매비율이 가장 높아 예외였다. 지난해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던 신경숙의 소설은 구매자의 44%가 20대였다.

출판계는 지난해 베스트셀러 시장은 20대 독자가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설 외에도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5위), 정목 스님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6위) 등 힐링 에세이를 중심으로 최다 구매층이 20대인 책이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5권이나 포진했다. 이진숙 해냄출판사 편집장은 “지난해는 20대의 고민에 초점이 맞춰진 힐링 에세이류가 득세하면서 30대 이상 독자를 끌어들일 소구력이 떨어진 시기였다”고 말했다.

40, 50대 중장년층 독자의 귀환도 최근 소설의 약진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다. 지난해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든 책 중에 40대 독자가 20대보다 많이 산 책이 한 권도 없었던 반면에 올해는 이런 책이 6권이나 있었다. 이 가운데 4권(‘인페르노’ ‘28’ ‘정글만리’ ‘그리고 산이 울렸다’)은 소설이었다. 50대의 구매비율이 10%를 넘는 책도 지난해 2권(‘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콰이어트’)에서 올해 4권(‘인페르노’ ‘정글만리’ ‘그리고 산이 울렸다’ ‘관찰의 힘’)으로 늘었고 이 중 3권이 소설이었다. ‘28’을 펴낸 도서출판 은행나무의 주연선 대표는 “중장년층 독자들은 문체 중심의 사소설보다 묵직한 서사성을 가진 작품을 선호하는데, 최근 이런 독자의 갈증을 풀어줄 작품이 잇달아 출간된 효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판계는 최근 30대 이상 독자가 소설 붐을 주도하는 양상의 이면에는 문학시장에서 20대 독자의 본격적 이탈 현상이 있는 게 아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진숙 편집장은 “20대 독자들이 가세해야 문학시장이 커지는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영향으로 20대의 독서량이 줄고 있고, 그나마 취업 고민 등으로 실용서나 힐링 에세이류 위주의 독서 경향이 강해져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