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림 ‘잘 알지도 못하면서’展
커다란 얼음덩어리를 붉은 보자기로 감싸 시시각각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 설치 작품 ‘현상에서 흔적으로’. 1970년 경복궁 현대미술관에 초청됐다가 전시회 개막 전날 “이게 무슨 미술품이냐”는 비판을 받아 철거됐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10월 1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전은 한국 1세대 전위 작가인 김 씨의 대표작 4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초대전이다. 김 씨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교수가 없어서” 미대를 자퇴하고, 군사정권 시절 광복절에 백기를 들고 시청 앞으로 행진하다가 경찰서로 끌려간 열혈 괴인이었다. 회화 판화 설치미술 단편영화 행위예술 등 장르를 아랑곳하지 않고 영역 확장에 골몰해 온 그의 예술 역정을 어렴풋이나마 더듬어볼 수 있다.
1969년 제작한 10분 길이의 무성(無聲)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는 달리는 자동차 위에서 바라본 고가도로 난간, 하품하는 남자의 얼굴, 피어오르는 연기 등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발표 당시에는 영사기가 고장 나 슬라이드를 틀어놓고 그 앞에서 동료 작가와 함께 흰 타이츠를 입은 채 퍼포먼스를 펼쳤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