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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음원 300만곡 넘쳐나도 스트리밍 상위 10%는 42곡뿐

입력 | 2013-08-01 03:00:00

사용자들 선호곡만 반복 재생… 상위 30%도 특정 247곡에 쏠려
싸이-버스커버스커 1, 2등 차지




회사원 이상철 씨(36)는 주로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휴대전화에 깔아놓은 멜론, 올레뮤직 같은 디지털 음원 서비스 앱에서 음악을 골라 스트리밍(내려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듣는 것)한다. 이 씨는 “한 달에 5000∼6000원만 내면 수백만 곡 중에서 듣고 싶은 곡을 골라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애용한다”면서도 “수백만 곡 중에서 한 달에 한 번 이상 재생하는 곡은 20∼30곡에 불과하다. 걸그룹의 신곡이나 좋아하는 록 밴드의 곡 몇 개를 반복해서 듣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음악 스트리밍의 특정 음원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무선 음악 포털 올레뮤직이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컴퓨테이션 앤드 커뮤니케이션 랩에 의뢰해 분석한 ‘연간 스트리밍 재생 횟수로 보는 음악 이용자들의 선호도와 이용 트렌드’에 따르면 올레뮤직의 전체 음악 데이터베이스 300만825곡 중 절반이 넘는 163만8081곡(56.7%)은 1년(2012년 4월∼2013년 3월) 동안 한 번도 재생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간 한 번이라도 재생된 곡은 136만2744곡에 달했지만 전체 재생 횟수의 10%는 42곡에 집중됐다.

가장 많이 재생된 상위 115곡과 247곡은 전체 재생 횟수의 20%와 30%를 차지했다.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한 이용자가 들을 수 있는 음원은 300만여 곡이지만, 열 번 중 세 번은 전체 곡수의 0.008%에 불과한 240여 곡만 반복해 들은 셈이다. 이런 소비를 이끈 것은 이용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20대였다. 여성 이용자의 특정 가수와 노래에 대한 편중 경향은 남성의 1.8배였다.

반면 전체 스트리밍 횟수의 하위 20%를 점하는 집단인 ‘롱테일 이용자’들에게서는 쏠림 현상이 덜했다. 올레뮤직 측은 “음악 마니아로 추정되는 이들 집단은 1년간 전체 이용자들이 재생한 136만2744곡의 99%에 달하는 134만9616 곡을 한 번이라도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체 재생 횟수는 적지만 같은 곡을 반복해 듣는 대신 여러 곡을 폭넓게 들었다는 뜻이다. 반면 전체 스트리밍 횟수의 80%를 점하는 ‘메인스트림 이용자’가 1년간 재생한 곡은 다 합쳐도 1만3128곡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음원 소비 편중 현상의 원인을 디지털 음원 시대에 생산과 소비 행태가 모두 변화한 데서 찾는다. 실제 음반에 비해 디지털 음원의 발표가 한결 쉬워 음원의 데이터베이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음악을 고르고 듣는 것에는 수동적 태도가 갈수록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매일 어마어마한 숫자의 신곡이 디지털로 발표되는 데 비해 소비자는 TV 예능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이나, 주요 출연자가 내는 곡만 반복해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다양한 음악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소개하는 창구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엔터테인먼트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들어 배경음 수준으로 현저히 축소됐다는 것이 이런 편중의 근본적인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