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어제 국가정보원 국정조사(國政調査) 증인 채택과 관련해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오늘 서울광장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의원총회를 연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국정원 국정조사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참을 만큼 참았다”며 장외투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애초 국정조사에 반대한 새누리당이 증인 채택 등 협상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무리한 요구를 통해 장외투쟁의 명분을 쌓았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여야 간 국정조사 협상이 결렬된 것은 그제 오후 민주당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부르되 불출석 시 동행명령서 발부와 고발을 사전에 문서로 합의하자고 요구하면서부터다. 이는 초법(超法)적 발상의 소지가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때 동행명령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출석을 거부할 권리를 증인에게 부여한 것이다.
아직 증인이 청문회장에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또 불출석 사유가 정당한지 가릴 수 없는 현 시점에서 무조건 동행명령서부터 못 박아두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무리다. 민주당이 국정원 국정조사의 조사 범위를 벗어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를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지나친 감이 있다.
새누리당도 국정조사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공공연히 “두 사람이 청문회에 나오겠느냐”며 방어막을 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이왕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이 사건의 열쇠를 쥔 두 사람이 청문회에 나오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지도부와 적지 않은 국조 특위 위원들이 국회를 비워놓고 강(强) 대 강 전략만 구사해서는 정치력 부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