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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인 “제자들 말 못하면 어때요 눈빛만 보면 다 아는걸요”

입력 | 2013-08-01 03:00:00

농아인올림픽 사격팀 김재인 감독 “대표 4명 중 3명은 비장애인 대표”
볼링 3번째 金… 男단체전 우승




“말 못하는 제자들 가르치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걸요.”

2013 소피아 농아인올림픽 사격대표팀의 김재인 감독(53·대구 입석중 교사·사진)은 ‘농아인 사격의 대부’다. 청각장애인 자녀에게 사격을 가르치려는 부모라면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으로 통한다. 한국 사격이 처음 출전한 2001년 대회부터 4회 연속 대표팀을 맡았다. 이번 대표팀 선수 6명 가운데 3명을 직접 사격에 입문시켰고, 나머지 3명도 발굴해 국가대표로 만들었다. 청각장애인 선수는 실력이 조금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남자 선수 4명 중 최수근(30·기업은행), 김태영(23·대구백화점), 김기현(20·창원시청)은 비장애인 국가대표다. 청각장애인 선수층이 얇은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일이다.

“친한 선배의 딸이 지금 대표팀에 있는 (김)종외다. 그 선배의 간절한 요청으로 2000년 입석중에 입학한 종외를 가르치면서 농아인 사격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일반 학교에 입학한 청각장애인이 수업을 따라 가는 것은 어렵다. 체육교사인 그는 학년이 바뀔 때마다 김종외의 담임교사를 찾아가 김종외를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급우가 짝이 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사격부 내에서도 멘토를 지정해 잘 듣지 못하는 김종외를 배려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 교육’을 제대로 실천한 셈이다.

김종외는 적응이 빨랐다. 입석중 2학년 때인 2001년 로마 농아인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3위를 하며 기량을 뽐냈다. 김종외와 같은 곳에서 언어치료를 받고 있던 한 청각장애인의 엄마가 그 소식을 듣고 자신의 아이를 김 감독에게 맡겼다. 그 아이가 바로 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김태영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김 감독이 가르쳤던 김태영은 입석중 3학년 때인 2005년 멜버른 농아인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에서 2관왕에 오르며 김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태영이는 처음에 무척 산만했다. 듣지 못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태영이가 훈련을 하면 작은 회초리를 들고 내내 뒤에 서 있다 집중을 하지 않을 때마다 주의를 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달라졌다. 사격의 효과였다.”

대구 경일중 1학년 때 사격을 시작했던 김 감독은 경북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체육교사가 됐다. 사격 지도자 생활은 1989년 모교 경일중에서 사격부를 맡으면서 시작했다. 이후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그에게 방학은 없었다.

“몸은 좀 힘들었어도 후회한 적은 없다. 실업팀 소속에 비장애인 대표팀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제자들을 보면 대견하고 자랑스러울 뿐이다.”

7월 26일(현지 시간)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물했던 최수근은 30일 남자 50m 소총 3자세에서 우승해 2관왕에 올랐다. 그는 50m 소총 복사에서 3관왕에 도전한다. 10m 공기권총에서 1, 2위를 차지한 김기현과 김태영도 남은 경기에서 금메달 1, 2개를 보탤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농아인 사격 세계 최강이다. 한편 볼링 대표팀은 남자 단체전에서 우승해 이 종목 3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안성조(24)는 개인전 금메달에 이어 2관왕이 됐다.

소피아=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