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감사위원 이사 선임때 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하면 경영권 타격입법예고된 상법개정안 시뮬레이션… 투자-고용 줄어 국민경제 악영향 우려
법무부는 개정안에서 감사위원회 독립성 확보를 위해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다른 이사와 분리 선출하도록 했다. 대주주가 아무리 많은 지분을 갖고 있어도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뽑을 때는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법무부는 현재 감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과 같은 취지라고 하지만 감사위원은 감사와 달리 이사회의 일원으로 경영을 책임지고 있어 업무 범위가 훨씬 넓다.
특히 이 규제는 대주주 측 지분을 한곳에 몰아 놓은 지주회사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주식은 SK C&C(31.82%)가 주로 보유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 내외의 지분은 0.06%에 불과하다. 상법이 바뀌면 감사위원이 될 이사 선임 시 대주주 측 의결권은 최대 3.06%(SK C&C 3%, 최 회장 내외 0.06%)로 제한된다. SK㈜ 이사회는 5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어 3명의 감사위원이 반대 측 인사로 선임되면 경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한 지주회사 관계자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분을 지주회사 체제로 단일화하라는 정부 정책을 따른 결과 더 큰 위협에 노출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 밖에 상법 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및 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집행임원제 의무화 등 민감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재계는 이미 국회를 통과한 경제민주화 법안이 대기업의 위법행위를 막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자는 취지인 반면 상법 개정안은 지배구조와 경영권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지배구조를 보강하는 데 내부 자원을 집중하면 신규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어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상법 개정안의 주요 규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이라며 “자칫하면 국내 대기업이 해외 헤지펀드 등에 넘어가는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원재·김용석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