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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대표이사, 이사회의장 겸직 못해

입력 | 2013-08-01 03:00:00

■ 재계가 우려하는 개정안 내용은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별도 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외에도 재계가 반발할 만한 내용이 많다. △집행임원 분리 선임 △전자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등이다. 재계는 “이런 제도가 의무화되면 자율적인 경영활동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집행임원 분리 선임 제도는 상장회사 내에 이사회와 별도로 회사업무 집행을 전담하는 임원을 두는 것이다. 이는 이사회가 기업의 업무 집행과 감독을 동시에 맡고 있다 보니 경영진을 견제하는 감독 역할에 충실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집행임원 분리선임이 확정되면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인 기업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할 수 없게 된다. 예컨대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동시에 맡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은 한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인 김충호 사장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재계는 “전통적인 이사회나 집행임원 제도 중에서 어떤 지배구조를 선택하느냐는 기업의 고유 권한인데 이를 하나로 통일하라는 것은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자투표제 도입 의무화도 ‘뜨거운 감자’다. 전자투표제는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소액주주나 기관투자가, 외국인 투자가들이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내에서도 2009년 법이 개정돼 이사회가 결의하면 이 제도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지만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시행하는 곳은 적다.

전자투표제에 찬성하는 쪽은 같은 날 많게는 300여 개 기업이 동시에 주주총회를 열다 보니 소액주주가 모든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어려운 실정을 이유로 든다. 정부도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해야 소액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김병태 영산대 법률학과 교수는 “대만은 하루에 열 수 있는 주주총회 수를 제한해 특정일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 있다”며 “전자투표제 의무화보다 이 같은 장치를 통해 주총일을 인위적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도 논란거리다. 모(母)회사의 주주가 자(子)회사의 이사에게 경영 실패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허용하는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 재계는 소송 남용의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소송의 위험 때문에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주저하거나 자회사의 소액주주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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