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국정원 國調 파행에 장외투쟁 선언
격앙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31일 당 지도부와 함께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서울광장에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8월 1일 오전 10시 국민과 함께하는 첫 의원총회를 개최하겠다”며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왼쪽부터 김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 박혜자 이용득 최고위원.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사면초가 ‘김한길 민주당’
의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김 대표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NLL 포기 발언 논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태가 겹친 지난 두 달여 당 안팎의 강경 대응 주장을 일축했다. 여야의 문제는 국회에서 해결해야 하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장외로 나간다면 과거 야당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중요한 것은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실상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국정원 국정조사에 무게를 둬왔다.
여기에 정국 고비마다 김 대표가 과감하게 대처하지 못하거나 강경론에 휘둘려 실기하면서 새누리당에 끌려다녔다는 ‘패배 피로감’도 작용했다. 문재인 의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 열람’ 주장을 받아들였다가 회의록 삭제 의혹 사태로 번지며 주도권을 내줬고, ‘귀태(鬼胎)’ 등 잇단 막말 파문은 리더십 부재의 방증으로 읽혔다. 급기야 국정원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하기로 합의하자 ‘촛불집회’를 주도하던 당 밖 시민사회 세력의 반발을 불렀다.
야성(野性)을 기르라는 일부 지지층의 요구와 “너무 물렁물렁하다”고 닦달하는 당내 강경파의 압박도 만만치 않았다. 31일 오전의 긴급 비상의원총회는 이를 잘 드러냈다. 발언에 나선 의원 14명 중 장외투쟁을 거론하지 않은 의원은 한두 명에 불과했다. 이석현 의원은 “국회를 보이콧하자. 판을 뒤집어야 한다”고 했고, 박영선 의원은 “문재인 죽이기가 이미 시작됐다. 모두 촛불에 합류해야 한다”고 했다. 이학영 의원은 “빨리 장외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고, 우상호 의원은 “국정조사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강력한 장외투쟁을 동반해야 한다”고 했다.
○ 리더십 반등 기회 삼나
치명타는 지난달 30일 황 대표와의 대표회담이 막판에 무산된 것이었다. 궁지에 몰린 김 대표로서는 대표회담을 통한 정국 정상화가 운신의 폭을 넓힐 ‘마지막 출구’였다. 당 핵심관계자는 “김 대표가 버틸 만큼 버텼지만 여당은 손톱만큼도 양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대선 불복종 세력과 결합하나
민주당은 1일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 이름으로 천막을 쳐 가두홍보전을 하고 서명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또 외부 시민단체가 토요일마다 벌이는 서울광장 촛불집회에 3일 당 지도부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하야’나 ‘대선 부정선거’ 등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촛불집회 세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고민이다. 자칫하면 민주당이 대선 불복종 세력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웅래 대표 비서실장은 “대선 불복을 거론하는 프레임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보자는 것”이라며 “이런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