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절 앞두고 韓-日 역사갈등 심화
산케이신문이 발행하는 극우성향 월간지 ‘세이론(正論)’은 최근 발행된 9월호에서 “한국은 일본에 대한 열등감으로 계속 자멸의 길을 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평론가 미쓰하시 다카아키(三橋貴明)는 이 잡지에 실린 ‘자멸하는 한국’ 칼럼에서 6월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하얼빈(哈爾濱)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비를 세우는 일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요청한 점을 비판하고 “한국인과 한국 정치가의 이상한 행동의 기반은 열등감”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 법원이 일제 강제징용자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망은의 무리’라며 “한국인의 열등감이 역사에 기인하고 있는 한, 한국의 반일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 사회가 보수화되고 민족주의가 확산되면서 정치인의 역사왜곡에 대한 자정능력을 이미 상실한 상태”라며 “평소 생각을 공식석상에서 그대로 내뱉으니 발언하는 족족 망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역사·독도 영유권 문제에 우경화하면 할수록 한국 정부의 대응도 강경해질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일본 측량선이 독도 해저 탐사를 위해 접근하면 당파(撞破:깨부숨)하라”고 지시한 것이나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해 표지석을 세우는 등 강경 대응을 한 것도 일본의 자업자득이라는 평가가 많다.
현재 청와대는 잇따른 망언에 겉으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 문제는 대통령이 말하는 순간 돌이키기 힘들다”며 “아베 정부와 3년을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소 다로 부총리는 원래 망언을 일삼는 사람인 데다 외교 라인의 핵심이라고 보기 어렵고 아베 총리는 최근 정상회담에 적극적이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자제하는 분위기가 있다. 일본 정부의 스탠스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본의 잇따른 망언에도 직접적인 대응을 한 적이 없다. 지난달 10일 언론사 논설실장 오찬 때 관련 질문을 받고 “일본과의 회담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담을 위한 회담을 했는데 끝나자마자 독도, 위안부 문제가 그대로 나오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도 일본의 잇따른 망언에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 의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역사 문제로 자극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이어지자 더 분노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당국자도 “8·15 경축사는 부처별로 초안 작성에 필요한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라며 “대일 메시지를 어떻게 담을지는 향후 보름간 일본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조숭호·동정민 기자·도쿄=배극인 특파원 shcho@donga.com
▶ [채널A 영상]“한국 국민 수준이 의심스럽다” 日 고위 인사 막말
▶ [채널A 영상]“욱일승천기가 먼저 자극” 日 망언에 뿔난 대한축구협회
▶ [채널A 영상]‘말뚝테러’ 日 노부유키,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 수배’ 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