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는 한쪽의 근력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좌우근육의 불균형은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 부상방지를 위해선 유연성, 파워존 단련과 함께 근밸런스 회복을 위한 운동도 중요하다. 사진은 류현진(LA 다저스)의 투구동작으로 본 어깨관절의 회전 각속도. 스포츠동아DB
■ 스포츠동아·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공동기획
야구선수와 근육 밸런스의 상관 관계
공 던질 때 어깨 주변 근육 1000Nm 부하 발생
오랜 반복동작→근육 밸런스 붕괴…부상 우려
관절 유연성 회복·허리 강화 코어 훈련도 필수
스포츠에는 많은 종류가 있으며, 이를 분류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러나 부상과 관련된 근육의 밸런스(근밸런스)를 바탕으로 구분하면, 좌우의 힘을 동시에 발휘하거나 안정화를 동일하게 유지하는 ‘동측성 운동’과 한쪽으로 힘을 발휘하거나 체중을 지지하는 ‘편측성 운동’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면 달리기, 수영 등은 동측성 운동으로 볼 수 있고 테니스, 배드민턴 등의 라켓 스포츠와 야구, 농구, 축구 등의 구기 종목은 편측성 운동에 속한다.
흔히 편측성 종목의 경우에는 주로 쓰거나 지지하는 팔 또는 다리를 위주로 훈련하기 때문에 종종 불균형이 발생하곤 한다. 포지션에 따라 다르긴 하나 야구도 일반적으로 한 팔로 공을 던지거나, 한쪽에 체중을 지지하고 힘을 발휘하는 편측성 운동의 형태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특히 야구선수의 투구동작 시 공을 던지는 쪽 팔의 던지기 직전 어깨관절의 외회전 최대 각속도는 400도∼700도/sec이고, 그 시간은 0.03∼0.05초다. 볼이 던져지는 팔의 가속단계에서 내회전의 각속도는 7000도∼8000도/sec이고, 그 시간은 0.03∼0.04초로 알려져 있다. 또 가속단계 후 감속단계에선 앞에서 일어난 움직임을 감속하기 위해 어깨와 주변 근육들이 강하게 수축하기 때문에 관절이 1000Nm 정도의 강한 압박과 부하를 받는다.
공을 많이 던지는 투수뿐 아니라 한쪽으로 배트를 휘두르는 타자의 경우도 척추의 회전 및 하지의 체중지지가 주로 한쪽으로 많이 치우치게 되며, 이러한 동작이 아주 강하고 빠르게 반복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운동을 수행하거나 체중이 지지되는 부위에 과도한 힘과 부하가 가해진다.
부상방지와 치료를 위해 실시해야 할 트레이닝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관절가동범위를 넓힐 수 있는 유연성운동과 몸통의 파워존을 단련시키는 코어운동, 관절의 안정화 및 근밸런스 회복을 위한 근력운동 등을 들 수 있다.
파워를 내기 위해선 근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선행되어야 할 것은 관절 주변 조직의 탄력성과 유연성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조직이나 근육이 경직돼 있으면 근력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으며, 어깨 통증 및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유연성하면 스트레칭만 생각하지만, 힘을 뺀 상태에서 관절을 돌려서 가동범위를 늘리는 것도 몹시 중요하다.
다음은 코어를 발달시키는 것이다. 코어란 상지와 하지를 연결시켜주는 기둥과 같은 부위로, 스포츠 동작에서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고 상지와 하지의 움직임을 연결시키며 보강해 최대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파워존을 말한다. 야구선수의 경우 코어가 약화된 상태에서 편측방향운동을 지속하면 척추와 고관절 부위 근육의 좌우 불균형을 초래하며, 이는 통증으로 이어진다. 특히 9∼13세 정도의 어린 선수들은 코어의 안정화가 이뤄지기 전이므로 이 때 코어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선수생활 내내 허리나 골반 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우리는 보통 복근훈련 위주로 코어훈련을 실시하는데, 코어에는 복근뿐 아니라 등, 엉덩이의 근육까지 포함되므로 골고루 척추 주변 근육들을 단련해야 한다. 또 코어훈련 시 가슴이나 얼굴에 힘을 주지 않고 운동하는 근육에 집중해서 동작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어린 선수들을 위한 체력훈련이 체계적으로 정립돼 있지 않다. 기술훈련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안정화를 이루는 것이 급선무인 시기를 놓치게 된다. 이로 인해 나중에 부상으로 선수생명을 짧게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린 나이에 체력훈련에 할애할 시간을 기술훈련에 투자하면 단기간에 경기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때 발생하는 불안정화와 불균형을 성인선수가 되어선 바로잡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통증이나 부상 없이 선수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급한 마음 때문에 부상과 재활을 반복하며 좋은 인재가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어릴 때부터 꾸준한 코어훈련과 안정화훈련 등 야구 맞춤형 체력훈련을 실시한다면 미래의 대한민국에는 이승엽(삼성), 박병호(넥센), 이대호(오릭스), 추신수(신시내티), 류현진(LA 다저스)과 같은 훌륭한 선수들이 훨씬 더 많아지지 않을까.
정진욱 박사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