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라셸과 천방지축 발레리가 만났다
프랑스 영화 ‘나에게서 온 편지’의 아역배우 아나 르마르샹(왼쪽)과 쥘리에트 공베르. 프리비전 제공
라셸 가족은 사연이 기구하다. 아빠(드니 포달리데)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탈출해 살아남은 유대인. 엄마(아녜스 자우이)는 튀니지에서 전쟁을 겪었고, 라셸과 한방을 쓰는 할머니는 뇌출혈로 쓰러져 오른손을 못 쓴다. 미모의 미혼모인 발레리의 엄마(이자벨 카레)까지 라셸의 가족과 친구가 된다. 아빠는 뚱뚱한 엄마 대신 발레리 엄마에게 자꾸 눈길을 준다.
8일 개봉하는 영화 ‘나에게서 온 편지’는 추억으로 가는 열차다. 열차에 오르면 어린 시절 첫 친구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만날 수 있다. 두 아이의 소꿉놀이 속에 덜 익은 시큼한 살구 맛의 인생이 담겨 있다. 두 아이 가족의 일상에서는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공감할 인생의 희로애락과 마주할 수 있다.
2002년 단편 ‘예민한 시절’을 통해 대머리 엄마를 둔 소년의 고민을 담았던 프랑스 출신 카린 타르디외 감독의 작품. ‘우리 가족의 걱정은’(2003년) ‘헤드 오브 맘’(2007년) 등에서 가족 문제에 천착해온 감독이다. 12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