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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해]억울한 옥살이의 대가

입력 | 2013-08-02 03:00:00


1월 개봉돼 1200만 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주인공 이용구(류승룡 분)는 정신지체자로 경찰청장의 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사형선고를 받는다. 서슬 퍼런 공권력에 사랑하는 외동딸 예승이가 피해를 당할까 두려워 법정에서 범죄 사실을 인정하는 대목에선 관객들의 탄식과 함께 눈물샘을 자극한다. 예승이가 나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지만 그땐 늦었다.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회복뿐이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정원섭 씨(79)의 스토리는 영화와는 차이가 있다. 정 씨는 1972년 9월 춘천경찰서 역전파출소장의 아홉 살 난 딸을 춘천의 한 논두렁에서 성폭행 후 살해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쓴다. 그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15년 복역 끝에 1987년 성탄절을 앞두고 모범수로 풀려난 뒤 재심을 신청했고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별도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 26억37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루 48만 원꼴이다. 누명을 벗고 배상까지 받았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2006년 6월 현대차그룹에서 2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출근길에 긴급 체포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은 재판 기간 292일을 감옥에서 보냈다. 현대차 뇌물 사건은 1심에서 무죄, 2심은 유죄, 대법원은 무죄로 판결했다. 변 씨는 “대법원에서 만약 유죄가 났다면 억울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지 모른다”고 털어놨다. 변 씨가 억울한 옥살이를 배상해 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무죄면 됐지 국가가 무엇을 더 책임지라는 말이냐’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니 허탈하기 짝이 없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공대에 다니던 한국계 미국인 대니얼 정 씨(25)가 지난해 4월 연방 마약단속국(DEA)에 마약조직원으로 몰려 나흘 동안 독방에 갇혀 있다가 풀려나 최근 410만 달러를 배상받게 됐다. 무혐의였던 그는 교도관의 실수에다 주말까지 겹쳐 나흘 동안 꼼짝없이 감옥에 갇혔다. 풀려난 지 1년이 지나서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하루 옥살이에 102만 달러(약 11억4000만 원)다. 억울한 옥살이 대가도 나라 곳간과 인권 의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가. 억울한 구류나 옥살이의 대가를 산정하는 한미의 시각차가 너무 크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