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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땀 한땀… 보름간 손바느질 했어요”

입력 | 2013-08-03 03:00:00

세계주문양복연맹 총회에 3000만원짜리 양복 출품하는 명장 백운현씨




백운현 씨가 1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골드핸드 양복점에서 ‘란스미어230’으로 만든 양복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대기업 오너들이 주로 맞춰 입는 최고급 원단으로 만든 양복이 곧 일반에 선을 보인다. 대한민국 명장이자 기능한국인 출신인 백운현 씨(59)는 5일부터 6일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제35차 세계주문양복연맹(WFMT·회장 김용언) 서울총회 때 ‘란스미어(LANSMERE)230’ 원단으로 만든 양복을 출품할 예정이다.

‘란스미어230’은 2003년 제일모직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180수(手) 원단이다. 180수 원단이란 양모 1g에서 180m에 이르는 가늘고 부드러운 실을 뽑아 만든 옷감을 뜻한다. 보통 110∼130수만 돼도 고급 원단으로 통한다. 특히 란스미어230은 실내에서 옷을 입혀 기른 1, 2년생 양의 목덜미 부위의 털로 만든다. 양 1000마리분을 모아야 양복 한 벌을 만들 수 있어 ‘양모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린다. 양복 1벌 원단 가격만 1500만 원이며 판매가는 3000만 원을 호가한다.

총회를 앞두고 후원사인 제일모직과 한국맞춤양복협회, 백 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급 양복을 만들어 전시하기로 뜻을 모았다. 백 씨는 보름에 걸친 작업 끝에 최근 양복을 완성했다. 옷감 자체가 워낙 가볍고 얇다 보니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원단이 손상될 우려가 커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1975년 제22회 스페인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백 씨에게도 만만찮은 일이었다.

백 씨는 “안경을 쓰고 한 땀 한 땀 손으로 바느질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전 세계 명장들에게 한국 최고의 양복을 보여주기 위해 작업했다”고 2일 말했다. 1968년 양복점 견습공으로 처음 일을 시작한 그는 2010년부터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양복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직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재계와 학계 명사들이 백 씨의 단골이다. 그는 “고객들 대부분이 60대 이상”이라며 “기성복에 밀려 맞춤양복 수요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1991년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WFMT 총회에는 23개국의 양복 명장 600여 명을 비롯해 1000여 명이 참가한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