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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브레이크] KT는 왜 조범현 감독을 택했나?

입력 | 2013-08-03 07:00:00

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DB


낙하산 인사 우려 불식시킨 KT의 창단 사령탑 선임과정

프로야구 제10구단 KT는 2일 “조범현(53) 삼성 인스트럭터를 초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KT는 야구계 전반의 의견을 청취해 창단 사령탑의 조건을 간추렸다. 이어 후보자를 압축하고, 개별면접을 거쳐 초대 감독을 낙점했다. KT 수뇌부는 조 감독의 야구관이 KT가 추구하는 방향과 가장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 낙하산 인사 우려 불식시킨 KT

야구계에선 KT의 감독 선임과 관련해 ‘정치권 등 외부동향에 민감한 모기업의 특성상, 낙하산 인사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감독 후보 중 일부가 KT 고위층에 줄 대기를 하며, 로비를 시도한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그러나 KT 구단 고위관계자는 7월 “이석채 회장이 야구단에 많은 권한을 주고 있다. 그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모기업에서 낙점해준 인물이 있다면, 오히려 야구단 입장에선 편하다. 하지만 감독 선임에 대한 권한을 주면, 그에 따르는 책임도 있지 않은가.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고심의 과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KT의 초대 사령탑 선임과정은 청탁을 배제한 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평이다.

● 007 작전을 방불케 한 개별면접

KT는 제10구단 창단이 확정된 뒤 야구계 전반의 여론을 수렴해 초대 감독이 갖춰야 할 요소들을 모았다. KT 권사일 사장은 “의견을 구할 때마다 공통된 지점들이 있었다. 우승 경험과 소통능력이 그것이다”고 밝혔다. 코치 경험이 없는 젊고 파격적 인물도 거론됐지만, 검토과정에서 제외됐다. KT는 ‘모나지 않고 야구계 전반이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을 중시했다.

후보자를 압축한 뒤에는 개별면접을 실시했다. 메이저리그의 감독 선임과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넥센도 지난 시즌 직후 새 사령탑을 뽑을 때, 복수의 후보자들을 두고 인터뷰 방식의 개별면접을 시도한 바 있다. 권사일 사장은 4월과 6월 미국을 방문해 메이저리그 구단과 교류하면서 면접방식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KT는 감독 후보자에 대한 평가지점들을 계량화하고, 면접을 그 중 하나의 항목으로 포함시켰다.

7월말 진행된 개별면접에는 복수의 후보자가 참가했다. KT 쪽에선 그룹 고위관계자와 권사일 사장 등 의사결정권자들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권 사장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9개 구단에 대한 평가’ 등이 공통질문이었고, 이외에도 다양한 야구현안들을 주제로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갔다.

● 실패의 교훈을 통해 강한 인상 남긴 조범현

조범현 감독의 개별면접일은 7월 29일이었다. 인터뷰에는 약 1시간20분이 소요됐다. KT 야구단은 모그룹 이석채 회장의 특별지시로 7월 직원 설문을 실시했다. 주제는 ‘KT 야구단의 색깔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것이었다. 의견은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공격적 야구’로 모아졌다. 권 사장은 “조 감독의 야구관이 KT가 추구하는 가치와 상당 부분 닮아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강한 인상을 남긴 순간은 ‘야구인생에서 실패를 통해 배운 것은?’이라는 질문에 답할 때였다. 조 감독은 2003년 한국시리즈에서 패배한 경험을 예로 들었다. “우리 팀 선수만 생각하고, 상대팀의 전술을 읽지 못했다. 자만심 때문에 남을 파악하지 못해 졌던 기억이 뼈저리게 남아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외에도 구체적 경기 상황에서 어떤 작전을 낼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답변도 오갔다.

결국 KT는 조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이어 모그룹에 보고하는 과정을 거쳐 1일 조 감독에게 결과를 최종 통보했다. 계약조건은 3년 15억원(계약금 포함). 이는 2011년 8월 김경문 감독이 NC 창단 사령탑으로 선임될 때의 계약조건(3년 총액 14억원)을 뛰어넘는 것이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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