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한현희. 스포츠동아DB
“나갈 때마다 홀드를 하니 스스로도 신날 거예요.”
넥센 염경엽 감독은 2일 광주 KIA전에 앞서 덕아웃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이드암 셋업맨 한현희(20)가 벌써 지난해 등판 경기수를 초과했다는 얘기가 나온 뒤였다. 한현희는 신인이던 지난 시즌 43경기(선발등판 4회 포함)에서 69.1이닝을 던졌다. 그런데 올 시즌 벌써 45경기에 나서서 44.2이닝을 소화했다. 두산 오현택과 함께 최다 등판 공동 2위다.
염 감독과 취재진이 이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마침 물을 꺼내기 위해 아이스박스 곁으로 다가왔던 한현희는 귀를 쫑긋 세웠다. 염 감독도 장난스레 웃으며 “네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다들 걱정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러자 이내 우렁찬 대답이 돌아왔다. “전 언제든지 나가고 싶습니다! 팀이 이긴다면 관계없습니다!” 염 감독과 취재진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린 것은 물론이다.
한현희가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한 덕분이기도 하다. 해맑은 표정과 달리 싸움닭 기질로 무장한 그다. “야구가 늘 재미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2일 경기에서도 역시 한현희는 묵묵히 제 몫을 했다. 4-4로 맞선 8회초 장기영의 적시 2루타와 KIA 수비진의 실책을 묶어 2점을 리드하자, 8회말 곧바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1이닝을 1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17번째 홀드를 따냈다. 2위인 LG 이동현(15홀드)과의 격차를 2개로 유지했다. 데뷔 2년 만의 첫 개인 타이틀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한현희는 이에 대해 “솔직히 시즌 초반에는 오히려 숫자를 의식했는데, 지금은 마음을 비우고 있다. 의식했다가 더 힘이 들어가고 욕심이 날 것 같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며 “팀이 잘하는 게 지금은 더 중요하다. 그래야 나도 더 잘할 수 있지 않나”라고 쑥스러워했다. 올해 기량이 부쩍 늘게 된 공도 ‘팀’에 돌렸다. “코치님들이나 주변 선배님들이 ‘네 볼에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던지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내가 정말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광주|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