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하태원]정치생명과 양육비 맞바꾼 차영

입력 | 2013-08-03 03:00:00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의 친자확인 소송 상대가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어서 화제다. 정식 법률용어로는 인지(認知) 청구의 소(訴). 차 씨가 혼인 외(外) 관계에서 낳은 아들의 아버지가 조 전 회장이라는 주장이다. 승소할 자신이 없다면 사실상 정치생명을 끊는 자살행위를 하며 이런 소송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 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DJ) 시절 대통령문화관광비서관으로 있을 때 조 씨를 알게 됐다고 한다. 조 씨는 DJ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로 옥고를 치렀으니 얽히고설킨 인연이 묘하다.

▷지난해 총선 때 서울 양천갑에 출마해 1412표 차로 석패한 여성 정치인이 부끄러운 사생활을 만천하에 공개하며 소송을 낸 이유가 무엇일까. 차 씨는 작은딸과 아들의 양육을 위해 2004년 8월 전남편과 재결합했다고 한다. 그는 소장에 큰딸이 자신의 이혼 사실에 충격을 받아 자살했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2008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심장질환으로 딸이 세상을 떠났다”고 했던 것과는 다른 주장이다.

▷차 씨는 “그 일(딸의 죽음)이 있었던 때가 바로 민주당 비례대표 신청 하루 전날이었어요. 실은 딸이 엄마가 국회의원 되기를 많이 바랐죠. 유아교육을 전공했는데 엄마가 국회의원이 돼서 서민을 위한 어린이집 같은 걸 많이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했어요. 갑자기 큰일을 당해 너무 힘들었지만 딸을 생각하니 더욱 포기할 수 없었어요”라고 주장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차 씨는 결과적으로 딸의 사인을 숨긴 셈이 됐다. 차 씨는 승소하더라도 많은 것을 잃을 수밖에 없다.

▷차 씨의 지난해 재산 신고액은 23억 원. 이번 소송이 단순히 양육비만을 청구하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DNA 검사를 통해 아들이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장손(長孫)이자 조 씨의 장남으로 확인된다면 상당한 상속을 받을 수 있다. 차 씨는 조 씨에게 매달 700만 원과 밀린 양육비 1억 원에 더해 자신에 대한 위자료 1억 원을 달라고 청구했다. 가정법원이 내놓은 양육비 산정기준표는 양육비 지급을 월 최대 200만 원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판결로 가면 차 씨의 요구만큼 지급되기는 어렵지만 유명 인사들의 소송은 대개 합의로 끝나므로 조정액이 얼마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