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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여성용 포르노는 왜 없나” 툭 터놓고 쓴 여자 이야기

입력 | 2013-08-03 03:00:00

◇진짜 여자가 되는 법/케이틀린 모란 지음/고유라 옮김/456쪽·1만3500원/돋을새김




여성 운동가 저메인 그리어 교수는 1970년 출간된 책 ‘여성, 거세당하다’에서 독자들에게 자신이 여성임을 느끼기 위해 생리혈을 한번 먹어 보라고 권했다. 좀 심한가? 그럼 이 책 ‘진짜 여자가 되는 법’은 꼭 읽어 보라.

저자는 열다섯 살 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여성주의자”라고 외쳤다. 여덟 남매가 임대주택에서 함께 살면서 남동생보다 자신이 과학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여성주의 책을 마구 읽었다. 글쓰기에 심취한 그는 2010년 영국 언론협회 선정 ‘올해의 칼럼니스트’가 됐다. 그가 입에 올리는 포르노, 브래지어, 브라질리언 왁스(음모 제모용 왁스), 성기를 지칭하는 노골적인 속어들이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저자의 포르노에 대한 고찰을 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란 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이 길어야 6분 정도인 이유가 무엇일까. 남자가 평균적으로 사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자신과 같은 남자들이 주도하고 통제하는 하드코어 포르노를 불편함 없이 바라본다. 저자는 남성 중심적인 21세기 하드코어 포르노를 강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남녀 모두 사정할 수 있는 인간적이고 환각적인 포르노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저자는 출산 문제도 열린 시각으로 바라본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출산의 고통을 겪고 난 여성은 남은 평생을 용감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되면서 배울 수 있는 가치를 다른 일에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열어 둔다. 아이 없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해 자신을 증명하는 여성도 대단하다고 치켜세운다. 단, 성형수술에 대해서는 여성이 두려움과 불안 속에 결정한 선택으로 절대 행복할 수 없다고 결사코 반대한다.

남성 독자도 불편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공격적인 여성주의자’의 목표는 남자를 제압하거나 세계를 지배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여성의 몫을 챙기는 일이란다. 남자들은 그저 방해만 하지 말자. 원제는 ‘How to Be a Woman’(2011).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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