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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朴대통령이 나서라”… 3일 첫 대중집회

입력 | 2013-08-03 03:00:00

■ 장외투쟁 이틀째… 국조 정국 분수령




“국정원 개혁하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전병헌 원내대표(왼쪽) 등과 함께 국정원 개혁 등을 촉구하는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장외투쟁 이틀째인 2일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화력을 집중했다. 또 국가정보원 개혁,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내용 유출 의혹과 관련한 새누리당 인사들 엄벌, 박 대통령 사과, 그리고 남재준 국정원장 문책 등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만이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는 국정원 댓글 의혹 진상 규명 국정조사의 정상화만으로는 회군(回軍)의 명분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박 대통령 집중 공략

이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병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진실 규명과 국정원 개혁에 대한 박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한다”며 “대통령의 침묵은 결코 덕목이 아니다. 입을 열고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승조 최고위원도 “박 대통령의 비겁한 방관이 끝나지 않는 한 민주당 장외투쟁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이 용기 있게 나서서 국가기관의 국내 정치 개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는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리의 요구는 간단하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그리고 대통령 사과”라며 “박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국정을 농단한 남재준(국정원장), 그대로 비호하고 둘 거냐”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정원 국정조사라는 판은 엎어졌다. 새로운 판이 시작됐고 상대는 박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 국정조사특위가 (증인 출석 및 진술 보장에) 합의하더라도 당장 국회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한길 대표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만이 지금의 상황을 푸는 열쇠를 갖고 있다”며 박 대통령과의 ‘일대일 담판’을 제안했다.

○ ‘박근혜 OUT’ 세력과 결합?

“국회로 즉각 복귀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국회로의 즉각 복귀를 촉구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3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 보고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은 당원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나 보고대회 직후 같은 무대에서 열릴 촛불집회, 즉 ‘국정원 대선 개입 진상 규명 촛불 문화제’에 합류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대선 불복’으로 비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이다. 촛불집회에서는 공공연하게 ‘박근혜 하야’ 주장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촛불집회는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을 간사단체로 해서 209개 사회단체가 구성한 ‘국정원 시국회의’가 매주 토요일 열고 있다. 특히 진보연대는 평택미군기지 이전 반대를 비롯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제주해군기지 반대 등 사실상 ‘반(反)정부 집회’를 주도해 왔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대선 불복이나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며 대선 불복의 의도가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김 대표를 찾은 민변 변호사들은 “민주당을 지지한다”면서도 “민주당의 행보는 대선 불복에 대한 비판 여론만 의식해 국민의 힘을 싣지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촛불집회 참석 여부를 놓고 민주당은 이날 밤늦게까지 검토를 거듭했다. 애초 보고대회가 끝난 뒤 김 대표 등 지도부가 자리에 남아 촛불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러나 뒤늦게 촛불집회에 ‘종북세력’ 비판을 듣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참석할지 고심을 계속했다는 후문이다.

○ 최경환, 서울광장 방문 무산

이날 오후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서울광장을 찾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최 원내대표가 서울광장 근처까지 가서 전화로 ‘가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민주당이 ‘맞이할 사람이 없다’고 해 무산됐다”고 말했다. 여야는 국정원 국정조사 증인 문제를 놓고 물밑 접촉도 벌였지만 견해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3일까지 협상은 보류”라고 밝혔다.

한편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정국 파행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하게 된 데는 새누리당의 책임도 크다”며 “민생을 돌보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지도부가) 특단의 조치를 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민식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 크게 야당을 껴안아 양보하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동용·권오혁·조종엽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