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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세 소년, 자신의 아버지 신고한 이유는?

입력 | 2013-08-03 02:59:00


"아버지 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어요. 이런 속도로 달리다가 사고가 나는 것보단 그게 나을 거예요."

911에 전화를 걸어온 소년은 잔뜩 공포에 질려 있었다. 하지만 지역 경찰은 소년의 호소에 대한 책임을 미루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이들의 사고를 막지 못했다.

7월 31일 밤(현지 시간) 2007년형 메르세데스 벤츠가 미국 로드 아일랜드 주의 국도를 폭주하고 있었다. 운전자인 오웬 길맨(49)은 아들(10)-딸(12)과 함께 야구 경기를 관람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날 길맨 가족이 응원한 보스턴 레드삭스는 시애틀 매리너스를 맞아 연장 15회까지 치르는 혈전 끝에 스티븐 드루(30)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다.

하지만 이 때문인지 운전자인 길맨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난폭 운전을 하고 있었다. 두려움에 떨던 길맨의 아들은 누나와 의논한 끝에 자신의 아버지를 911에 신고했다. 하지만 로드 아일랜드 주 경찰은 이 사건을 차량의 진행 방향에 있던 코네티컷 주 경찰에 미뤘다. 이 과정에서 소년의 신고 접수는 늦어졌고, 결국 코네티컷 주 경찰은 결국 길맨이 교통사고를 낸 뒤에야 앞서 신고가 들어왔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길맨은 이날 밤 11시 25분경 고속으로 달리는 와중에 지프 그랜드 체로키의 옆구리와 충돌했다. 들이받힌 지프는 그대로 15미터 이상 밀려나 길 옆 둑 아래로 떨어져 뒤집어졌다.

이 사고의 첫 목격자인 젠킨스씨는 "(길맨의) 차가 비행기처럼 튀어올라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길맨의 딸은 그대로 차 뒷자리에 있었지만, 아들은 충돌 순간 차 앞쪽으로 튕겨나가면서 머리를 부딪쳐 피를 흘리고 있었다. 피자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던 젠킨스는 급한 대로 냅킨으로 지혈하는 한편, 근방에 사고가 났음을 알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젠킨스는 이때 눈을 뜬 소년이 "사고가 난 거냐. 마치 꿈을 꾼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소년의 아버지는 제 정신이 아닌 듯, 자신의 아이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라며 "그가 무언가에 취해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라고 증언했다. 길맨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잘못 들어, 사고가 난 길은 그의 집 방향으로 가는 길도 아니었다.

이 사고로 길맨의 아들과 딸, 그리고 지프 운전자 마이클 퍼닉(23)이 각각 부상을 입었다. 이들은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조치를 받은 결과 건강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운전자인 길맨은 아무런 부상을 입지 않았고, 대단히 흥분한 상태였다. 경찰 측은 길맨에게 일정 거리를 정확히 걷는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그가 무언가에 취한 상태임을 확인했다. 길맨의 차를 조사한 결과 불법으로 구입한 규제 약물들과 관련 용품들이 발견됐다. 알고 보니 길맨은 과거에도 약에 취한 채 운전하다가 적발돼 1년간 보호관찰과 30시간의 사회봉사 처분을 받았는가 하면, 지난 1월과 5월에도 같은 이유로 체포된 경력이 있는 '상습범'이었다.

경찰은 길맨을 신고한 것이 바로 길맨의 아들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경찰 측은 "소년은 '차라리 이 차에서 뛰어내리는 편이 낫겠다, 그게 이 차를 이대로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하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신고 전화 내용을 설명했다.

길맨은 3년 전 아내 재클린과 헤어진 이혼남이었다. 재클린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들의 이혼으로 아이들은 깊은 상처를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교통사고는 어쩌면 길맨의 두 아이에게는 부모의 이혼으로 입은 상처 못지 않게 큰 정신적 타격을 받은 '공포의 밤'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길맨은 자신의 부모님을 보증인으로 세우고, 25만 달러의 보석금을 지불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 중이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사진=동아닷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