葬事시설 이권 두고 주민간 반목-갈등… 울주 보삼마을의 한숨
잘나가던 ‘영화의 고향’ 어쩌다가… 울산 울주군 삼동면 보삼마을 입구에 세워진 ‘영화의 고향’ 기념비. ‘씨받이’ ‘변강쇠’ 등 한국영화 7편이 이 마을에서 촬영됐다. 하지만 이 마을에 울산시 종합장사시설이 들어서면서 갖가지 불법행위가 벌어진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울산 울주군 제공
1980년대 인기를 모았던 이들 영화 등 7편은 모두 울산 울주군 삼동면 보삼마을에서 촬영됐다. 두메산골의 초가집 등 조선시대나 근대 시골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토속적 장면을 담기에 적절했기 때문이었다. 보삼마을은 1974년 한 방송사에서 오지마을로 소개되면서 전국에 알려졌다. 한국영상자료원이 2002년 선정한 전국 10곳의 ‘영화의 고향’에 보삼마을도 선정돼 마을 입구에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마을은 10년 전 울산시 종합장사(葬事)시설인 ‘울산하늘공원’을 유치한 뒤 주민 사이에 이권을 둘러싼 반목과 갈등으로 살벌한 곳이 됐다. 폭행과 금품수수, 위장전입 등 불법도 판을 쳤다.
울산시는 2002년부터 시설이 낡은 동구의 공설 화장장 이전을 위해 후보지를 찾았으나 곳곳에서 ‘혐오시설’이라는 반대에 부닥쳤다.
그중 삼동면 발전협의회는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종합장사시설을 유치하자”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삼동면 주민 대표들은 2003년 8월부터 전체 741가구를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해 446가구(60.2%)가 찬성했다. 주민들은 면사무소 신축과 수익사업 운영권 보장, 숙원사업비 200억 원 지원 등 20건의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으로 2003년 10월 유치 신청을 했다.
장사시설과 인접한 보삼마을 주민들은 인센티브 가운데 마을숙원사업비 200억 원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수익사업(장사시설 내 식당 매점 꽃집 등 6개) 운영권을 갖기로 했다. 마을 주민들은 가구당 1명씩 41명이 주주로 참여해 ㈜보삼을 2011년 4월 설립했다. 초대 대표는 수익사업 유치에 공이 컸던 노모 씨(49)가 맡았다.
하지만 노 씨는 모 업체와 3억 원에 운영권을 재임대해 주는 계약을 맺고 선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받았다. 노 씨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사용·수익권 재임대를 못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받은 돈을 모두 돌려줬지만 배임수재 혐의로 입건됐다. 또 이사 한 명은 식당 급식업체로 낙찰시켜 주는 대가로 1030만 원을 받았다. 또 다른 주주 2명은 수익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 같은 불법행위가 벌어지자 올 1월 임시총회를 열어 노 씨의 대표직을 박탈하고 이장인 오모 씨(49)를 대표로 선임하는 등 새 임원진을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신구 임원진을 각각 지지하는 주민들 사이에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배임수재와 배임증재, 위장전입, 폭행 등으로 노 씨 등 주민 12명을 입건했다.
㈜보삼에는 현재 주민 16명이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3월부터 수익사업 운영으로 하루 평균 348만 원 등 지금까지 5억2956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 달 평균 1억여 원씩이다. 70대 주민은 “표고버섯과 밭농사 등으로 오순도순하게 살아가던 마을에 하늘공원 유치 이후 이권을 둘러싸고 주민끼리 원수처럼 지내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며 “이제라도 앙금은 훌훌 털고 옛날의 평화롭던 마을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비리가 또다시 발생하면 하늘공원 운영권을 취소하겠다는 청렴이행각서를 최근 ㈜보삼과 교환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