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북 현정은 회장에 구두친서… 대남기류 변화? “鄭회장 명복빌며 현대그룹 잘되길” 정치적 메시지-개성공단 언급없지만 대남업무 실세 원동연 보낸 점 주목… 北, 이번주 대화제의 반응 보일수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3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구두(口頭)친서를 전달했다.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전달한 친서에서 김정은은 “정몽헌 선생은 민족화해와 협력의 길을 개척하고 북남관계 발전과 조국통일 성업을 위해 큰일을 했다”며 “그의 명복을 기원하며 현 회장을 비롯한 선생의 가족과 현대그룹의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북한이 정부의 개성공단 실무회담 재개 제의에 일주일째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메시지여서 주목된다. 친서에는 개성공단과 관련된 직접적 언급이나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는 없다. 그러나 최고지도자의 친서 형식이라는 점에서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경협 재개에 대한 북측의 의지와 기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최측근이자 대남업무의 실세로 평가받는 원동연을 직접 금강산에 보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5년 이상 관광이 중단되고 힘든 상황이지만 현대는 결코 금강산 관광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반드시 관광이 재개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민간 분야에서 남북경협을 주도했던 정 전 회장에 대해 잇달아 애도를 표시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일 김정은의 친서 내용을 공개하는 한편 황호영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국장이 추모사를 통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정 전 회장에 대해 “큰 사랑과 믿음을 줬다”고 평가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정부가 5일까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신청한 경협보험금에 대한 심의를 마치겠다고 밝힌 것도 북한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협보험금을 받는 기업은 공단 내 자산의 소유권을 정부에 넘겨야 하는데, 이는 개성공단 폐쇄 수순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10개사가 신청한 경협보험금을 지불하는 데는 2800억 원의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4일 성명을 통해 “북한 당국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원하는 국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북한이 진정 개성공단을 남북관계의 시금석으로 본다면 침묵이 아니라 책임 있는 말과 행동으로 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은·강홍구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