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독거노인 등에 무료분양… 사료-개집 제공에 돌봄지원까지광주동물보호소 “2014년 확대시행”
‘반갑다! 강아지야.’ 광주 북구 본촌동 광주동물보호소에서 5월 유기견과 사회소외계층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분양자 5명 중 정신지체장애 1급인 A 씨를 제외한 4명은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유기견 사육에 실패했다. 그러나 6월 두 번째 분양을 받은 홀몸노인 4명은 모두 유기견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광주동물보호소 제공
광주에서 해마다 늘고 있는 유기견을 소외계층에 무상 분양하는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소외계층에는 새 식구를 맞는 ‘행복’을, 유기견에게는 자신을 돌봐주는 ‘생명’을 주는 사업이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동행이어서 눈길을 끈다.
광주 서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A 씨(31)는 친구가 없었다. 정신지체장애 1급인 그의 지적능력은 세 살 수준이다. A 씨에게 3개월 전부터 난생 처음으로 친구가 생겼다. 바로 ‘순이’라는 이름의 몰티즈 애완견이다. A 씨의 어머니(58)는 “아들이 순이를 키우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이 됐다”며 “순이에게 가족 같은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A 씨에게 분양된 3년생 암컷 애완견 순이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견이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자 A 씨를 제외한 홀몸노인 4명은 유기견을 반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홀몸노인들이 ‘키워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분양을 받았지만 힘들거나 거동이 불편해 관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광주동물보호소는 6월 10일 서구 쌍촌동 한 영구임대아파트 복지관 앞에 유기견 4마리를 전시했다. 홀몸노인 4명이 유기견을 살펴본 뒤 불쌍하다며 자발적으로 데려갔다. 오모 씨(74·여) 등 홀몸노인 4명은 유기견을 데려가 두 달 가까이 잘 키우고 있다. 오 씨는 “데려온 몰티즈가 버려진 개 같지 않게 사람들을 잘 따른다”고 말했다. 소외계층과 유기견이 서로의 마음을 보살펴주는 아름다운 동거가 성공을 거둔 것.
2001년 광주에는 전국 처음으로 동물보호소가 생겼다. 자원봉사자들이 많아 광주동물보호소 유기동물 분양률은 전국 최고다. 광주동물보호소에서 관리하는 유기견과 유기 고양이는 2010년 1691마리, 2011년 1842마리, 2012년 2035마리였다. 유기동물이 해마다 10% 정도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또 5월부터 9월까지 여름철에는 평소에 비해 20∼30% 늘어난다. 다행히 광주에서 3년간 발생한 유기동물 5568마리 중 3086마리(55%)는 입양이 됐다. 나머지 유기동물은 주인이 찾아가거나 안락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동물보호소는 올해 시범 실시한 소외계층과 유기동물의 따뜻한 행복 나눔 사업이 성공한 것으로 판단해 내년부터 확대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정경민 광주동물보호소장은 “유기견을 분양받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