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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플러스] 직구와 같은 투구폼인데 구속은 ‘뚝’

입력 | 2013-08-06 07:00:00

지난달 31일, NC 이재학은 팀의 창단 첫 완봉승을 기록했다. 비결은 직구와 같은 폼에서 나오는 서클체인지업이다. 이재학의 결정구인 서클체인지업은 좌·우 타자 모두의 몸쪽을 겨냥하며, 떨어진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NC 이재학표 ‘명품 서클체인지업’의 비밀

평균 구속 125km 평범한 공에 꼼짝 못해
좌·우타자 안가리고 몸쪽 휜공 스윙 유도
구종별 자세 다른 잠수함 투수 약점 없어


야구공에는 108개의 붉은 실밥이 있다. 이 실밥이 전혀 의도치 않았던 혁신적 결과를 낳았다. 만약 야구공에 굵은 실밥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다양한 변화구가 탄생할 수 없었다. 투수와 타자와 승부는 그만큼 단순해질 수밖에 없고, 야구가 지금처럼 인기스포츠로 발전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붉은 실밥에서 태어난 커브, 슬라이더, 스크루볼, 스플리터, 체인지업과 더불어 직구의 변형인 투심패스트볼, 컷패스트볼은 한 시대를 풍미한 ‘베스트 스터프(stuff·결정구)’가 됐다.

한국프로야구에도 스터프의 역사가 있다. OB 박철순은 팜볼로 원년을 지배했다.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의 커브, 선동열 KIA 감독의 슬라이더가 뒤를 이었다. 최근에는 류현진(LA 다저스)의 체인지업, 윤석민(KIA)의 고속 슬라이더 등이 각광받았다. 여기에 올 시즌 또 하나의 스터프가 신인투수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NC 이재학(23)의 서클체인지업은 올 시즌 리그 최고의 공 중 하나로 꼽힌다. 평균 구속은 125km. 볼 끝의 움직임도 매우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타자들은 좀처럼 이재학의 서클체인지업을 치지 못한다.

7월 31일 문학 SK전에서 이재학은 이 서클체인지업을 무기로 삼진 12개를 잡으며 완봉승을 거뒀다. 1군 풀타임 첫 해지만 2점대 방어율(2.96·전체 4위)로 6승4패1세이브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비결은 우타자와 좌타자를 가리지 않는 정확한 몸쪽 승부, 직구와 100% 일치하는 동일한 투구폼에 있다.

● 좌·우타자 모두 몸쪽으로 향하는 서클체인지업

이재학의 최근 등판인 7월 31일 SK전의 투구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그의 서클체인지업은 좌·우타자 모두에게 가장 치기 어려운 몸쪽 낮은 코스에 주로 꽂혔다. 국내 정상급 에이스도 좌·우타자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 같은 공으로 승부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나 사이드암 이재학은 좌·우타자 모두에게 서클체인지업으로 승부한다. 좌타자에게는 허리 쪽으로 날아가다 갑자기 바깥쪽으로 살짝 휘며 스트라이크존에 떨어지고, 우타자에게는 스트라이크존에서 몸쪽으로 휘어 떨어지는 형태의 서클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이에 좌타자는 루킹 삼진, 우타자는 헛스윙 삼진을 많이 당하고 있다.

● 직구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투구폼

잠수함 투수는 직구와 변화구의 투구폼 차이가 비교적 큰 것이 단점이다. 그러나 이재학은 직구와 서클체인지업을 똑같은 투구폼에서 던진다. SK 이만수 감독은 “상대 투수지만, 직구와 체인지업의 투구폼이 거의 일치해 타자들이 공략하기가 무척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평균 139∼141km의 직구와 비교해 15km 가량 구속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선 매우 당혹스럽다.

이재학은 “고교 때 권오준(삼성) 선배가 공을 잡고 있는 사진을 보고 따라하기 시작했다. 역시 직구가 잘 제구되는 날 타자들이 서클체인지업에 잘 속는 것 같다. 계속해서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싶다”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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