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 메트로폴리탄박물관장, 신라展에 전시요청 편지 보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동아일보DB
문화재청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등 국보 3점의 국외 전시를 불허한 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메트)에서 열릴 예정인 한국특별전 ‘황금의 나라, 신라’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본보 7월 31일자 13면 참조…반가사유상의 미소, 결국 뉴욕서 못본다
앞서 캠벨 관장은 문화재청의 불허 결정이 나기 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핵심 유물의 전시를 허용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한을 접수한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재청과 협의에 나섰으나 문화재청은 메트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청와대와 문체부 내부에서는 상당히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특별전이 무산될 경우 자문기관인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문화재청이 그 책임 부담까지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문체부 측도 문화재청에 재고를 제안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유진룡 장관이 최근 청와대 요청으로 변영섭 문화재청장과 구두 협의를 했다”며 “순수하게 검토를 부탁한 것으로 (결론이 난 만큼) 주무 기관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이미 문체부와 협의를 마쳤고 더이상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메트 측은 캠벨 관장이 박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음에도 불허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매우 실망스러워하고 있다. 메트 관계자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캠벨 관장은 박 대통령을 취임 이전에 몇 차례 만나며 높은 문화적 식견에 탄복해왔다”며 “직접 편지까지 쓴 것은 그만큼 이번 특별전을 메트가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