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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끼고 유흥업소 여성 ‘후불제 성형’ 유치전

입력 | 2013-08-06 03:00:00

브로커 전담부서 대외사업부-마케팅팀 설치한 성형외과
18개월간 260명 알선한 브로커… 수수료로만 7억7000만원 챙겨
수술비 부풀리고 부실수술 잇따라… 경찰, 의사 27명 포함 88명 입건




전모 씨(23·여)는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에 취업하면서 눈과 코를 고치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다. 전 씨의 사정을 들은 업소 측은 “성형 브로커를 소개해 줄 테니 일하면서 할부로 수술비를 갚아라”고 권했다. 전 씨는 성형 브로커를 통해 대부업체와 병원을 소개받아 외상으로 성형수술을 했지만 결과가 불만족스러웠다. 처음에는 800만 원이라던 수술비는 이자가 붙어 석 달 만에 1000여만 원으로 불어났다.

경영난에 빠진 일부 성형외과 의사들이 대부업체를 낀 브로커를 통해 유흥업소 여종업원 등을 환자로 끌어들이다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브로커를 통해 환자를 유치한 강남 일대 성형외과 의사 27명과 병원 직원 28명, 브로커 27명과 대부업자 6명 등 88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돈을 벌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알선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에 단속된 성형외과 의사들은 브로커에게 수술비의 20∼45%를 수수료로 건넸다. 병원에는 ‘대외사업부’ ‘마케팅팀’ 등 브로커 전담 부서까지 뒀다. 의사들은 “불법인 줄 알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환자를 유치해야 할 만큼 사정이 어려웠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 2000여 곳 중 679곳이 성형외과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중 성형외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은 363곳이고 나머지는 다른 과 전문의가 성형외과 진료를 할 만큼 강남 일대 성형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강남 일대에선 성형 브로커가 판치고 있다. 이번에 경찰에 붙잡힌 브로커들은 2011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유흥업소 종업원과 대학생 등 260명에게 성형수술을 알선해 주고 수수료 7억7000여만 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 취재팀이 5일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 문의해 보니 한 룸살롱은 “우리가 보증을 서 주고 1000만 원까지 (여종업원) 수술비를 지원해 준다”고 했다.

병원이 수술비의 최대 45%를 수수료로 브로커에게 건네다 보니 부실한 수술이 이뤄질 개연성도 많다. 유흥업소 종업원 전 씨는 눈과 코를 수술 받은 뒤 부작용이 생겨 올해 5월 또다시 대출을 받아 재수술을 했지만 여전히 얼굴이 부자연스럽다. 경찰 관계자는 “성형외과 수술비가 정찰제가 아니다 보니 병원이 비용을 부풀려도 환자로선 알 수 없다”며 “강남 일대 불법 성형 브로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홍정수 인턴기자 고려대 통계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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