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참배는 죽은 자 이용해 침략전쟁 홍보하는 것”
즈시 미노루 위원이 올해 6월 말 야스쿠니신사의 대문 앞에서 신사에 깃든 일본의 ‘침략사관’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일본 사회 우경화로 외부 활동이 위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위축이 됐다면 이런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인터뷰가 나에게는 ‘침략 신사’를 알리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도쿄=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야스쿠니신사는 침략전쟁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현대사가 응축된 현장이다.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15일이 가까워지면서 정치인 참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격화된 존재인 일왕, 그 일왕을 지키는 신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야스쿠니신사다. 우익의 목소리가 커지는 일본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것 자체가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런 환경에서 즈시 위원은 “야스쿠니신사는 ‘침략 신사’”라고 단호하게 비판한다. 그는 한국이 대외 문제에 신경을 제대로 쓰지 못하던 1970년대 일본 내에서 독자적으로 신사 참배 반대 운동을 펼쳐온 대표적인 일본의 양심 세력이다.
이 운동에 헌신한 것은 일본이 신사에 참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선인을 죽였다는 역사를 알게 된 이후다. 그의 바람은 일본이 침략사관을 버리고 평화로운 국가가 되는 것이다.
최근 그의 가장 큰 우려는 일본 사회의 급속한 우경화다. 그는 한국의 시민단체와 2006년부터 매년 8월 ‘야스쿠니 노’라는 글자를 촛불로 만드는 시위로 정치인의 신사 참배에 반대해 왔다. 문제는 최근 일본 우익 구호가 길거리와 인터넷에서 더욱 노골화되면서 시위를 벌일 장소를 빌리기가 힘들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쉽지 않고 외로운 길이었다. 그는 그동안의 활동 중 가장 어려웠던 점에 대해 “야스쿠니신사의 위험성에 대해 서구 사회가 잘 알지 못해 위안부 문제와 달리 국제사회의 지지가 적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여느 활동가들이 그렇듯 월급을 쪼개 활동비를 마련했고, 퇴직을 한 지금은 연금을 축내고 있다.
하지만 보람도 많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그는 2006년부터 한국 시민단체와 연계해 촛불로 ‘Yasukuni NO(야스쿠니 노)’ 시위를 벌이게 된 것을 꼽았다. 그는 “예전에는 무슨 일이 발생한 뒤에야 양국 시민단체가 서로 도와주었지만 지금은 야스쿠니신사의 문제점을 알리는 활동의 기획 단계부터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했다”며 “이런 국가 간 연계가 야스쿠니 문제 해결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족이 참배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정치인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참배하는 정치인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야스쿠니신사 참배 반대 운동을 집요하게 펼칠 계획이다.
도쿄=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