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 전격 개편]허태열 비서실장 교체 왜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 따라 청와대 내 비서실장 직속 기구로 인사위를 설치했다. 그러나 인사 권한은 오히려 허 전 실장의 짧은 재임기간 내내 발목을 잡았다.
취임 직후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연이은 인사 낙마에 박 대통령이 나서서 야당 지도부에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해야 했다. 허 전 실장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사과했다가 ‘17초 대독 사과’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대통령이 원하는 전문성 있는 인사가 후보군으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각 공공기관들은 “기관장 공백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는 하소연이 커졌다. 친박 진영 인사들로부터는 “대선 때 고생했던 동지들을 무시하면서 관료들에게 자리를 갖다 바치고 있다”는 원성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공모를 통해 후보군이 올라오는 만큼 정작 허 전 실장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극히 제한돼 있었지만 그를 지원해줄 세력은 없었다.
내무 관료와 3선 의원 출신의 관리형 비서실장이라는 장점으로 임명됐지만 국정과제를 실천하는 컨트롤타워 역할로 조정력과 추진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청와대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허 전 실장은 68세의 나이에도 밤을 꼬박 새우는 경우가 많았다. 초반에는 인사 문제로, 후반기에는 공백인 정무수석 역할도 해왔다. 허 전 실장은 지난주 교체 소식을 전해 듣고 주변에 “나에게는 6개월이 너무나 길었다”며 피로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전 실장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