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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盧 前대통령, 김정일 발언 동조… NLL 포기한 것”

입력 | 2013-08-06 03:00:00

■ 국정원 국조 기관보고




5일 열린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를 위해 국회를 찾은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조사특위 회의장 자리에 앉고 있다. 이날 보고는 오전 10시부터 열릴 예정이었으나 방송사들의 중계방송 문제로 파행을 겪다 오후에야 열렸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 만나는 3자회담이 성사돼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을 풀 수 있을까.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5일 제안한 3자회담은 9월 정기국회를 목전에 두고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여야 대치 정국을 풀어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가 필요하고, 여당 대표가 합류함으로써 청와대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데다, 장외투쟁에 나선 야당이 국회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여야는 이날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현격한 입장 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쳐 국회 차원에서 해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 평행선 달린 여야, 민주는 내홍

파행 열흘 만에 재개된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의 국정원 기관보고에서 여야는 시종 평행선을 달렸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국기 문란’으로 규정한 민주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에 집중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국정원 전현직 직원을 매수하고 올바른 국가관을 갖고 성실히 일하던 국정원 여직원을 사흘간 불법 감금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야당 간사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반박을 가했다. 정 의원은 “지난 대선은 국정원이 조직적·계획적으로 개입한 데다 경찰청 허위 발표로 표심을 왜곡한 부정선거였다”며 그 근거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던 김무성 의원의 회담록 낭독,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가 경찰 수사발표 전 TV토론에서 “댓글 조작이 없다”고 발언한 사실 등을 거론했다. 남 원장을 향해서는 “노무현 정부 때 육군참모총장이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도리는 저버리지 마라”라고도 했다.

특위는 당초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민주당 특위 위원들이 지상파 방송 3사의 생중계를 요구하며 기관보고 청취를 거부하는 바람에 오후 2시로 늦춰져 진행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조율되지 않은 독자행동”이라며 불쾌해했다. 여당과 대치하는 과정에서도 내홍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 및 불출석 시 고발, 기간 연장 등을 얻어 내는 선에서 국조를 정상화하자는 여야 원내지도부의 합의사항을 놓고서도 민주당 의원총회는 밤늦도록 갑론을박만 벌였다.

강경파 의원들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도 중요하다. 꼭 증인으로 넣어야 한다. 안 되면(국정조사가 결렬되면) 특검도 있다”며 반발했다. 국조특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의총 중간에 나와 “증인 채택은 간사에게 위임돼 있는 권한인데 왜 지도부가 나서나. 나만 바보가 된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중도 성향의 한 의원은 “국정원 국조가 결렬되면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나. 늘 현실성 없는 주장만 한다”며 강경파를 비판했다.

○ 남재준, “노 전 대통령 NLL 포기한 것으로 간주”

역대 국정원장으로는 처음으로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한 남 원장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해명으로 일관했다. 남 원장은 “진위를 떠나”라는 전제를 단 뒤 “저희 직원이 연루된 사건으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발언에 동조했기 때문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언급했다고 국조특위 여야 간사가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포기’라는 말이 있느냐”고 따지자 “포기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한편 권성동 의원은 “비공개 질의 중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남 국정원장에게 ‘저게, 저게’ ‘왜 째려보냐’는 등 막말을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저게, 저게’는 사람이 아니라 답변 태도에 대한 말이었고 남 원장이 실제로 박 의원을 노려봤다”고 말했다.

장강명·권오혁 기자 tesomiom@donga.com
황병서 인턴기자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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