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여권의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주장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이념적으로 살해'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자신의 홈페이지 '지식인의 서재'에 연재하고 있는 대화록의 진실 세 번째 편(노무현 대통령은 과연 NLL을 포기했는가?)'에서 이 같이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매주 화요일 새로운 글을 올리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이 글에서 "새누리당은 깊이 병들어 있다. 그 병은 의심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그들은 예나 지금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더 좋아한 게 아닌가 의심한다. 자기네만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다른 의견, 다른 비전을 가진 사람은 '친북', '종북', '용공'이라고 의심한다"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이번 글에서 노 전 대통령은 NLL(서해 북방한계선)포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NLL이 생긴 역사적 배경,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오간 대화의 의미 등 NLL 전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상세히 밝혔다.
그러면서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서해 NLL을 중심으로 남과 북이 같은 면적의 해역을 내서 공동어로구역을 만들면 NLL을 '포기'하는 것인가?" "그렇게 하면 NLL을 북에 '상납'하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대화록을 제대로 읽어 보기나 하셨는가?" 혹시 대화록을 읽어보아도 진실을 알 수 없다고 느꼈다면, "김장수 안보실장에게 진실을 물어 보지는 않으셨는가?"
유 전 장관은 이어 "'NLL을 피와 죽음으로 지켰다'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서로 죽이고 파괴하면서 전쟁을 벌였던 상대와 화해하고 그들을 평화와 공동번영의 길로 인도하기란 너무나 어렵다"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정체불명의 구호를 내세우면서 갈등이 있을 때마다 북을 공개적으로 훈계하고 질책하는 것으로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 전 장관은 "북과 합의하지 않고 무슨 재주로 중화기가 들어와 있는 DMZ에 공원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북과 합의해서 그렇게 할 경우 그것이 서해 공동어로구역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그렇게 한다고 DMZ 한가운데 있는 군사분계선이 없어지는가?"라고 반문하며 "노무현 대통령이 바다에서 하면 'NLL포기'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땅에서 하면 '구국의 결단'이 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라며 여권의 태도를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국회 의석 절대 과반수를 가진 집권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어리석은 충동과 사악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그들은 고인이 된 전임 대통령을 모함하는 일에 정신이 팔려 국정과 민생을 팽개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냉동고에 넣어 얼려 버린 남북관계를 다시 녹여야 할 박근혜 대통령과 참모들이 어리석은 감정과 충동에 사로잡혀 민족 내부의 증오와 대결의식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현실이 실로 참혹하게 느껴진다"며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